커지는 배터리 탓 무게 늘어… 환경·안전 빨간불

입력 2025-09-22 00:18

전기차 ‘무게 논란’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보다 친환경적이라는 인식은 여전하지만, 배터리 용량 확대에 따른 중량 증가는 오히려 환경과 안전을 저해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테슬라 전기 픽업트럭 ‘사이버트럭’이 국내에 상륙하면서 무게 문제가 재점화했다.

21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출시된 이 차량은 마니아층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문제가 되는 건 무게다. 사이버트럭의 공차중량은 모델별로 3009~3113㎏에 달한다. 짐과 사람을 싣고 달리면 실제 주행 시 중량이 더 늘어난다. 사고가 발생하면 상대 차량이나 보행자가 입을 피해 위험이 커진다.

전기차가 무거운 건 배터리 때문이다. 배터리가 차지하는 무게 비중은 20~40%다. 크기가 비슷한 국산차 제원을 비교해 보면 배터리 유무에서 무게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전기차인 현대자동차 아이오닉9과 기아 EV9은 비슷한 크기의 가솔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팰리세이드보다 약 600㎏ 무겁다. 두 전기차의 전장(길이·5010~5060㎜), 전폭(너비·1980㎜), 전고(높이·1755㎜)는 펠리세이드의 전장(5060㎜), 전폭(1980㎜), 전고(1805㎜)와 비슷하거나 약간 작다.

하지만 무게 차이는 확연하다. 아이오닉9 무게는 모델에 따라 2625~2680㎏, 기아 EV9 롱레인지 모델은 2555~2620㎏에 이른다. 두 전기 SUV가 팰리세이드(1985~2015㎏)보다 600㎏가량 더 나간다.

전기차 무게에 대한 우려는 꾸준히 제기돼 왔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해 보고서에서 “무거워지는 전기차 때문에 도로·교량 안전과 인프라 측면에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매체 마켓워치도 지난 4월 “전기차는 배출가스를 줄이는 장점이 있지만, 배터리로 인한 무게 증가는 도로와 환경에 또 다른 부담을 준다”고 보도했다.

사고 위험도 커진다. 차량 무게가 1000파운드(약 450㎏) 늘면 충돌 시 사망 위험이 47%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무게 증가는 제동거리를 늘리며 보험료 상승, 타이어 마모 심화로 이어질 수 있다.

친환경 차원에서도 물음표가 계속 따라다닌다. 국내에서는 전기차가 미세먼지를 더 유발한다는 연구가 있었다. 한국기계연구원은 2022년 전기차와 내연기관차의 미세먼지 배출량을 분석한 결과, 전기차는 1㎞당 47.7㎎으로 가솔린차(42.3㎎), 디젤차(43.2㎎)보다 높았다. 연구진은 “전기차의 경우 배출가스는 없지만 타이어·브레이크 마모 등 비(非)배기 미세먼지가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김민영 기자 m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