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논단] 미래를 위해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가

입력 2025-09-22 00:32

과거의 잘잘못만 따지는 국회 아이들 보기에도 부끄러워
4조원 넘는 2차 소비쿠폰은 미래세대에게 부채 떠넘기기
대한민국 앞날 준비한다는 역사적 소명의식 갖기를

미래는 준비하는 사람의 몫이다. 나라도 마찬가지다. 18세기 세계가 변혁을 이루던 시기에 문을 걸어 잠그고 변화를 거부했던 지배 세력의 무지몽매함이 망국을 자초한 후 이루 형언하기 어려운 희생과 노력으로 나라를 되찾은 지 80년이 지났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희망이 없는 나라에서 10대 강국으로 우뚝 서기까지 우리 선조들은 굶주린 배를 움켜쥐고 피와 땀을 흘리면서도 결코 이 지긋지긋한 가난만은 후손에게 물려주지 않겠다는 일념 하나로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들었다. 그런데 2025년의 우리는 어떤가.

마음이 무거워지는 질문이 아닐 수 없다. 국회에서는 미래를 준비하는 노력은 찾을 수 없고, 과거의 잘잘못을 따지는 데만 몰두하고 있다. 그 과정에 국민과 국익은 실종되고 오직 상대방의 인격을 말살하고 알량한 권력을 과시하며, 막말과 욕설만이 의사당을 가득 채우고 있다. 자라는 아이들 보기에도 참으로 부끄럽고 민망한데 이를 치욕스럽게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국회는 이미 인간 이하의 동물들만 모인 ‘여의도 동물원’이 된 지 오래다.

용산 대통령실도 도긴개긴이다. 2026년 역대 최대 규모인 728조원 규모의 예산이 제출됐다. 그만큼 쓸 곳이 많다는 것인데, 아무리 쓸 곳이 많아도 100조원이 넘는 적자 재정을 언제까지 계속할 수 있을까. 국가부채의 증가는 미래세대에게 부채를 떠넘기는 일이니 반드시 이를 어떻게 줄여나갈 것인지 대책도 함께 제시해야 하는데, 전혀 없다. 없는 정도가 아니라 수십억원의 예산을 써가며 광복 80주년에 ‘국민임명식’이란 이름으로 두 번째 대통령 취임식을 했다.

경제 활성화를 하겠다며 1차 8조2000억원에 이어 2차로 4조원이 넘는 소비쿠폰을 발행해 퍼주고 있다. 전통시장 상인들과 자영업자들은 반복적 소비쿠폰을 기대한다. 언제까지 임시방편적 소비쿠폰, 혹은 재난지원금을 반복할 수 있을까. 또 그것이 바람직할까.

현금 살포는 필연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유발해 결국 국민경제를 위협한다. 국가채무비율이 50%에 못 미치니 아직 여유가 많다는데, 그렇지 않다. 공공기관 부채에 군인 및 공무원연금과 건강보험 적자 충당금까지 합하면 사실상 국가채무비율이 국내총생산(GDP)의 80%를 넘어서고 있다고 봐야 한다. 반복적 적자재정 편성으로 원금도 불어나고 그 이자에 이자가 눈덩이처럼 커지는데 갚지 못하면 국가 파산에 직면할 것이다.

취임 100일의 대통령 기자회견은 향후 5년간 나라를 어떻게 이끌어 갈 것인지 국정 비전과 구체적 정책과제를 발표하는 자리가 아니라 그저 집권 100일의 소회와 일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그중에서도 기자의 질문에 답한 형식으로 발표한 ‘제2의 탈원전’ 선언은 기가 막힌다. 인공지능(AI)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 100조원 규모의 펀드를 만들어 연구개발을 지원하겠다면서 선결 조건인 전력 공급은 신재생에너지로 하겠다는 것은 AI산업 포기선언과 마찬가지다. 신재생에너지는 간헐성과 높은 가격 때문에 보조 전원은 몰라도 기저 전원으로는 불가능하다.

문재인정부의 탈원전으로 산업용 전기요금을 70% 인상했음에도 한전 적자가 50조원이나 증가했다. 그 이자를 감당하기 어려우니 결국 요금 인상은 불가피했는데, 앞으로 신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실천하겠다니 제조업과 AI산업에 필요한 막대한 규모의 전기에너지는 어떻게 공급할 것인가.

대통령이 지방을 돌면서 민심을 직접 청취하고 청년세대를 만나 솔직한 대화를 통해 그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겠다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정말 국가의 미래를 위한 체계적인 설계 속에서 이뤄지고 있는가에는 의문이 크다. 헌법에도 없는 선출권력 우위론을 내세워 군사독재 시절에도 없었던 대법원장 축출 시도도 문제인데, 면책특권 뒤에 숨어 가짜뉴스를 만들어 유포하며 대법원장 사퇴를 윽박지르는 무도한 일을 저지르고 있다.

그들에게 대한민국의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는 정치인으로서의 역사적 소명 의식은 눈을 씻고 찾으려 해도 찾을 수 없다. 언제까지 과거를 두고 싸움만 하는 정치인들에게 이 나라의 미래를 맡겨둘 것인가.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