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운동·정체성 심기·선포” 독특한 목회로 부흥 견인

입력 2025-09-22 03:05 수정 2025-09-25 15:32
최상훈 화양교회 목사가 최근 서울 광진구 교회 목양실에서 교회에서 활발하게 진행되는 기도 운동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화양교회 제공

서울 광진구에 자리한 화양교회(최상훈 목사)는 최근 주목받는 부흥 사례로 꼽힌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많은 교회가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서도 오히려 세대교체와 청년 성도 증가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최상훈(55) 목사가 2014년 부임했을 때 청년 15명이 모이던 작은 교회는 11년 만에 재적 3650명, 출석 2100명 규모로 성장했다. 주변에는 빛과자녀교회 등 대형교회들이 있지만 이 교회만의 독특한 목회 철학과 실천이 이 같은 부흥을 이끌었다는 평가다.

기도로 세워진 교회

최 목사는 최근 서울 광진구 교회 목양실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교회 부흥의 비결을 기도 운동과 하나님 DNA의 정체성 심기, 선포 등 세 가지 원리로 설명했다.

“이 세 가지를 맞물려서 계속 교육하니 놀랍게도 성도들의 삶 가운데 적용되기 시작했습니다. 한두 달이 아니라 1년 2개월 정도 지속하니 하나님이 주신 모멘텀이 있더라고요.”

최 목사는 중학생 때부터 하루에 대여섯 시간 기도하며 신앙생활을 했다. 현재도 하루 3시간 정도 기도하는 데 가정예배까지 포함하면 더 많은 시간을 기도에 할애한다고 한다.

화양교회는 24시간 열린 교회로 유명하다. 비밀번호만 알면 언제든 들어와 기도할 수 있다. “술 먹고 와도 좋고 아파도 와도 좋다”는 것이 최 목사의 철학이다.

교회는 ‘기도통장’ 운동을 통해 성도들의 기도 생활을 독려한다. 기도 시간을 돈처럼 적립하는 방식으로 1시간 기도하면 만원이 적립되는 방식이다. 최 목사는 “교회에서 기도 운동에 1등 한 청년은 하루 13~15시간씩 기도할 정도로 교회 성도들이 기도를 열심히 한다”고 말했다.

“나는 이미 새 사람”

최 목사가 강조하는 ‘영의 정체성’ 교육은 성도들의 자아상을 근본적으로 바꾼다. ‘내가 빛이 되어야겠다’가 아니라 ‘나는 이미 세상의 빛이다’라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내가 누구이고 어떤 권한이 있는지 현재 무엇을 가졌는지를 영의 정체성으로 알게 되면 굉장히 명확해집니다. 막연한 상태에서 기도하는 것보다 자신의 정체성을 인식한 상태에서 기도하면 훨씬 더 믿음이 생기고 불안함이 사라집니다.”

교회는 ‘새 사람 DNA’ 제자훈련을 통해 이런 정체성을 체계적으로 교육하고 있다. 감정·생각·언어 정렬 등의 훈련을 통해 성도들이 하나님의 형상을 회복하도록 돕는 취지다. 그래서 ‘나는 온유한 자입니다’ ‘나는 그리스도의 향기입니다’ 같은 선포를 일상화하도록 한다. 냉장고나 현관에 ‘정체성 선포 달력’를 붙여두고 하루에 10번씩 선포하도록 격려한다.

최 목사는 “이러한 선포는 자기계발서의 ‘아이 캔 두(I can do)’와는 완전히 다르다”며 “나는 할 수 없지만 하나님과 함께하면 못할 일이 없다는 영적 지식을 가지고 선포할 때 하나님 나라의 능력이 부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회의 ‘새 사람 DNA’ 교육 프로그램은 감리회를 넘어 다른 교단과 대형교회에서도 교육을 요청하고 있다.

최 목사의 목회 철학은 아프리카와 알래스카 선교 경험에서 나왔다. 1998년부터 2004년까지 케냐·우간다, 2004년부터 2010년까지 알래스카에서 선교사로 사역했다. 특히 알래스카에서는 교회 개척과 함께 에스키모 선교센터를 운영하며 한국 감리교회에서는 처음으로 현지에 발판을 마련했다. 이 과정에서 기도의 능력과 하나님의 응답을 체험했다고 말했다.

“선교지에서 돌파했던 경험들이 한국 교회에도 풀어진 것 같습니다. 기도는 결국 응답이 되는구나 하는 확신을 하게 됐죠.”

세분된 공동체 운영

청년 사역에 특화된 화양교회는 연령대와 상황에 따라 세분화된 공동체를 운영한다. 미혼 청년들을 위한 ‘인터치 청년교회’를 중심으로 신혼부부들이 모이는 ‘영커플 선교회’는 200명 규모로 성장했다. 또한 나이는 들었지만 결혼하지 않은 청년들을 위한 ‘하디 선교회’와 청장년 선교회도 별도로 운영 중이다.

현재 화양교회는 공간 부족으로 주일 대예배를 다섯 번 드린다. 예배 후에는 화장실에 10분씩 줄을 서야 할 정도다. 수요일마다 공간 추첨을 해서 각 공동체가 모임 장소를 정할 정도로 비좁다. 하지만 이런 불편함 속에서도 성도들은 교회를 떠나지 않는다. 오히려 근처 카페와 식당들이 교인들로 가득 찰 정도로 지역 상권 활성화에도 이바지하고 있다.

최 목사는 “기도, 정체성, 선포의 세 가지 원리가 한국교회와 열방에 세워지면 우울하거나 낙심하는 것들을 기쁨으로 바꿀 수 있다”며 앞으로도 이 사역을 확산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 목사는 기도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아무리 좋은 이론이나 프로그램이 있어도 기도가 쌓이지 않으면 소용없습니다. 기도가 결국 교회를 살리는 힘이 될 것입니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