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친절한 기술’을 앞세워 은퇴 후에도 여가와 사회활동에 집중하는 ‘액티브 시니어’를 찾아 나섰다. 디지털 환경의 장벽만 낮추면 확실한 소비 주체가 될 수 있기에 기업들도 경쟁적으로 공을 들이는 모양새다.
통계청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60대 가구주의 평균 순자산은 5억1922만원이다. 전체 세대 중 가장 부유하며, 30대 가구주와 비교하면 배 이상 자산이 많았다. 아울러 60살 이상 고령층의 총 순자산은 4307조원으로, 처음 4000조원을 넘어섰다.
반면 나날이 발전하는 기술의 혜택은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의 ‘2024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일반 국민 대비 만 55세 이상 고령층의 ‘디지털정보화 접근 수준’은 95.3%, ‘디지털정보화 역량 수준’은 55.9%로 나타났다. 대부분 고령층이 컴퓨터나 휴대폰 등 기기를 보유하고 인터넷 망도 쓰고 있지만 이를 활용하는 능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의미다.
기업들은 고령층 맞춤 서비스로 다가가고 있다. 우버 택시는 지난 16일 ‘우버 시니어 계정’을 국내에 출시했다. 가입자 연령층을 다양화하는 ‘대중화’ 전략으로 업계 1위 카카오택시를 추격한다는 전략이다. 시니어 계정은 손쉽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택시 호출부터 탑승까지 모든 과정을 단순화하고, 앱 내 글자 크기 또한 확대했다. 가족이 대신 택시를 호출·결제하거나 어르신의 여정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것도 가능하다.
고령층이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집’ 역시 공략의 대상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스마트싱스 앱에서 고령층에 초점을 맞춘 ‘패밀리 케어’를 운영 중이다. 이용자의 활동 패턴을 분석해 이상 징후가 발견될 경우 즉시 가족 등 지정된 사람에게 알림이 전송된다. 사전에 설정해 둔 약 복용 시간이나 혈압·혈당 측정 시간, 병원 예약 시간 등을 스마트폰이나 스마트TV로 알려주는 일정 관리 기능도 있다.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정수기가 복약 시간에 맞춰 적합한 물의 양과 온도를 설정하는 기능도 적용했다.
취미 활동과 교류를 돕는 플랫폼도 인기다. 5070세대에게 이성 친구 찾기와 동호회, 모임 중개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시놀’(시니어 놀이터)은 2023년 창업 후 2년 만에 회원 수 9만명을 돌파했다. 최근에는 장기 기억 능력이 탑재된 인공지능(AI) 말벗 서비스 ‘79전화’도 선보였다. 대부분의 기능이 유료이지만, 고객층 확보에 성공해 월 매출이 1년 새 6배 성장했다.
박선영 기자 pom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