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인 회동’ 근거 못 내놓고 특검 수사만 요구하는 민주당

입력 2025-09-19 02:02
조희대 대법원장이 18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원합의체에 입장하고 있다. 조 대법원장은 전날 더불어민주당이 제기한 이재명 대통령 재판 개입 의혹에 대해 정면 반박하는 입장문을 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제기한 조희대 대법원장의 이른바 ‘대선 개입 4인 회동’ 의혹이 제보의 신빙성 문제로 옮겨붙고 있다. 민주당은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 채 사실관계를 밝히기 위한 특검 수사 필요성을 촉구했다. 다만 조 대법원장 탄핵 추진을 공식 논의하는 단계는 아니라며 속도 조절에 나서려는 기류도 읽힌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18일 광주 예산정책협의회에서 조 대법원장을 향해 “억울하면 특검에 당당하게 출석해서 수사받고, 본인이 명백하다는 것을 밝혀주면 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전날 조 대법원장이 회동 의혹을 공식적으로 부인했음에도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압박을 이어간 것이다.

회동 의혹을 지난 5월 국회에서 처음 제기한 서영교 민주당 의원도 통화에서 “회동 사실을 정확하게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충분히 믿을 만한 제보”라며 “수사를 통해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도 CBS 라디오에서 “(김민석 국무총리가) 내란 문제를 제기했을 때 저도 ‘아니다. 조심하자’ 했지만 사실로 드러났다”며 특검 수사를 촉구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친여 성향의 유튜브 매체가 공개한 전언 형태의 녹취록 외에 추가적인 근거를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다. 지난 16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관련 의혹을 4개월 만에 재차 제기한 부승찬 의원실 관계자는 “기존에 나왔던 내용을 다시 언급했을 뿐 새로운 내용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정치권 안팎에선 해당 유튜브 매체의 신뢰도에 의문을 나타내는 이들도 적지 않다. 유튜브 매체도 논란이 커지자 “해당 코너는 팩트를 확인하기 어려운 100% 의혹 제기 코너”라며 법적 책임을 피하기 위한 발언을 남겼다.

이 때문에 여권 내에서도 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무리한 의혹 제기에 발목이 잡혀 사법개혁 이슈의 동력이 상실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현희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 차원에서 제기한 의혹이 아니고, 개별 의원 차원에서 공개한 것”이라며 “당 차원의 후속 조치 등은 현재 검토한 바 없다”고 말했다. 당 차원의 공식 대응에는 거리를 둔 셈이다.

대통령실은 관련 의혹을 모른다며 분명한 선을 그었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저희에게 그런 일체의 정보는 없다. 어떤 제보가 있었던 것인지 오히려 궁금한 상태”라고 말했다. 또 “(여당과) 사전에 상의하거나 협조해서 공동행동을 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보수 야권은 ‘지라시(사설 정보지) 정치 공작’이라며 대여 비난전 단일대오를 형성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지금 이 순간에도 여당 대표가 특검을 향해 대법원장을 수사하라고 수사 지휘를 하고 있다”며 “전형적인 여론몰이 수사”라고 비판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도 페이스북에 “이번 대법원장 숙청 시도는 지난 청담동 술자리 공작 때와 구조가 똑같다”며 “실패한 계엄처럼 실패한 대법원장 숙청도 탄핵 사유”라고 지적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도 “유튜브의 음모론으로 대법원장을 몰아내려는 이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적었다. 야당은 서 의원과 부 의원을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형사 고발하기로 했다. 야당은 녹취록이 인공지능(AI)으로 제작됐다는 의혹도 제기했지만, 매체 측은 “음성 변조만 적용됐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김판 한웅희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