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내리는 동시에 연내 두 차례 안팎의 추가 인하를 시사했다. 역대 최대였던 한·미 간 기준금리 격차가 좁혀지면서 향후 한국은행의 금리 결정에도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연준은 17일(현지시간) 이틀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치고 기준금리를 기존 4.25∼4.50%에서 4.00∼4.25%로 0.25% 포인트 내린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3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1% 포인트 낮췄던 연준은 올해 앞선 5차례 FOMC에서 모두 동결 결정을 내렸다. 인하 결정은 이번이 9개월 만으로,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 이후로는 처음이다.
연준은 이번 결정이 최근 노동시장을 중심으로 나타난 경기 하강 조짐에 대한 ‘위험 관리’ 차원이라고 밝혔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경제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은 가운데 고용 하방 위험이 커졌다고 보고 금리를 인하했다”고 설명했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의 비농업 일자리는 전월 대비 2만2000명 증가하는 데 그쳐 다우존스의 전문가 전망치(7만5000명)를 한참 밑돌았다.
금리 인하 기조는 연말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연준은 이날 점도표에서 올해 말 기준금리 예상치 중간값을 3.6%로 지난 6월 대비 0.3% 포인트 낮춰 잡았다. 두 차례 안팎의 추가 금리 인하를 시사하는 수치다. 올해 FOMC 회의는 다음 달과 12월 두 차례 더 열린다.
트럼프 대통령의 ‘복심’으로 꼽히는 스티븐 마이런 신임 연준 이사는 취임 후 첫 투표였던 이날 회의에서 소위 ‘빅컷’(0.5% 포인트 인하)을 주장하면서 다수 의견(0.25% 포인트 인하)에 반대표를 던졌다. 점도표에서 추가 1.25% 포인트 인하 견해를 밝히면서 사실상 3연속 ‘빅컷’을 요구한 인물도 마이런 이사로 추측된다.
미국의 금리 인하 재개로 한은은 금리 결정에서 운신의 폭이 넓어졌다. 내달 한은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금융통화위원들이 상대적으로 ‘금리 격차’에 대한 부담을 덜고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뜻이다.
그간 미국의 연이은 금리 동결은 한은의 금리 인하를 제약하는 요소로 작용해 왔다. 한국 기준금리가 미국 금리를 너무 밑돌면 자본 유출과 원화 가치 하락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월부터 역대 최대인 2.0% 포인트를 유지해 왔던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격차는 이날 인하 결정으로 1.75% 포인트까지 좁혀졌다. 박종우 한은 부총재보는 18일 ‘시장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연준의 인하 결정에 대해 “국내 경기·물가·금융안정 여건에 집중해 통화정책을 운용할 수 있는 여력이 커졌다”고 평가했다.
다만 수도권 부동산과 가계부채 관리로 대표되는 국내 금융안정 여건이 마지막 관건이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은 6·27 대출 규제에도 불구하고 전월 대비 0.48% 올랐다.
이의재 기자,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sentin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