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특검이 18일 한학자 통일교 총재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이날 한 총재에게 1억원을 받은 혐의로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을 구속한 뒤 처음으로 권 의원을 조사했다. 특검은 매관매직 의혹과 관련해 김상민(사진) 전 검사의 신병을 확보하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의 공천개입 의혹 수사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특검팀은 한 총재를 조사한 지 하루 만에 증거인멸 우려가 크다고 판단해 구속영장을 전격 청구했다. 한 총재 혐의는 정치자금법 및 청탁금지법 위반, 증거인멸 교사, 업무상 횡령이다. 특검팀은 한 총재의 공범으로 지목된 정모 전 통일교 비서실장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두 사람의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은 오는 22일 서울중앙지법 정재욱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다.
한 총재는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과 공모해 2022년 1월 권 의원에게 윤석열정부의 통일교 지원을 요청하며 정치자금 1억원을 전달한 혐의를 받는다. 같은 해 4~7월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김 여사에게 고가 목걸이와 샤넬백을 건네며 교단 현안을 청탁한 데 관여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지난 16일 구속된 권 의원을 조사하며 통일교 자금을 추가로 받았는지 살펴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여사 측에 고가의 그림을 건네고 총선 공천 등을 청탁한 혐의를 받는 김 전 검사가 구속되면서 공천개입 수사도 탄력을 받게 됐다. 김 전 검사가 구속된 배경에는 그림 구매 당시 언급했던 ‘여사님 취향’ 발언이 결정타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수사 중 김 전 검사가 그림 구매 당시 ‘여사님 취향’ ‘취향 높으신 분’ ‘비밀 유지’ 등을 언급했다는 구체적 물증을 확보했다고 한다. 특검은 영장실질심사에서 김 전 검사가 추상화 대가인 박서보, 전영근 화백 등의 그림을 좋아한다는 김 여사 취향을 파악했다고 주장했다. 김 전 검사가 여러 경로를 통해 이와 비슷한 스타일의 이우환 화백 그림을 구매했다는 게 특검 측 시각이다.
특검팀은 김 전 검사가 혐의를 부인하기 위해 김 여사 오빠인 김진우씨 부탁으로 그림을 구매한 것이란 허위 진술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증거인멸 우려에 대한 법원의 심증을 굳히는 계기가 됐다는 게 법조계 평가다. 김 전 검사 측은 그림을 김씨 요청으로 대신 사줬을 뿐이고 공천 청탁은 없었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으나 법원은 증거인멸 우려 등을 강조한 특검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은 양평고속도로 특혜 의혹과 관련해 참고인 등이 조사에 대비해 말을 맞춘 정황을 파악했다고 밝혔다. 특검팀 관계자는 “대형 로펌이 용역업체 실무자들의 변호인으로 선임되지 않았으면서도 이들을 로펌 사무실로 불러 모으고, 업체 임원을 배석시킨 채 진술 연습을 시킨 정황이 확인됐다”며 “증거인멸, 수사 방해 행위로 보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성영 차민주 기자 ps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