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왕은 역시 가왕이었다. 58년 세월을 노래해온 조용필(75)은 장장 150분 동안 스탠딩 마이크 앞에서 청춘처럼 노래했다. 28곡의 무대는 세월을 허물고 관객을 그 시절 한가운데로 이끌었다.
지난 6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광복 80주년을 기념한 KBS 대기획 ‘이 순간을 영원히-조용필’(사진)공연이 열렸다. 밴드 ‘위대한탄생’이 함께했다.
조용필은 1968년 데뷔 이래 단일 앨범 100만장, 누적 앨범 1000만장 판매를 기록한 명실상부한 가왕이다. 이번 공연은 누구나 볼 수 있도록 무료로 진행됐다. ‘효도 티켓팅’으로 불린 예매는 1·2차 모두 개시 3분 만에 전석 매진됐고, 고척돔 1만8000석을 가득 채웠다. 50~60대 중년 부부, 자녀와 함께 온 70~80대 고령층, 친구 또래와 동행한 20~30대까지 그야말로 세대를 아우르는 모습이었다.
첫 곡 ‘미지의 세계’(1985)가 흘러나오며 폭죽이 터지자 관객들은 무료로 배포한 응원봉을 흔들며 함성을 쏟아냈다. 조용필은 검은색 선글라스에 흰 양복, 빨간 기타를 맨 채 무대에 섰다. ‘못찾겠다 꾀꼬리’(1982) ‘자존심’(1982) 등 록 스타일의 곡으로 무대를 달궜다.
그는 “KBS에서 공연하는 건 1997년 ‘빅쇼’ 이후 28년 만이라 방송으로 나간다고 하니 떨린다”면서도 “이 순간이 오래도록 기억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노래할 수 있었던 건 모두 여러분 덕분”이라며 “앞으로도 계속 노래하겠다. 혹시 힘들면 2~3년 쉬었다가 다시 나오겠다. 그래도 안 되면 4~5년 뒤에라도 나오겠다. 그때면 제 나이가 얼마겠느냐”고 말해 객석에 웃음을 안겼다.
공연 내내 떼창이 이어졌다. ‘창밖의 여자’(1980) 후렴구 “누가 사랑을 아름답다 했는가”가 울려퍼지자 관객의 목소리가 가수를 압도했다. ‘고추잠자리’(1981)에 이어 ‘허공’(1985)에서는 공연장이 거대한 합창 무대로 변했다.
노래 분위기에 맞춘 무대 연출도 눈길을 끌었다. ‘단발머리’(1980)는 백댄서들이 등장해 한 편의 뮤지컬처럼 꾸몄다. 클라이맥스는 단연 ‘모나리자’(1988)였다. 관객들은 일제히 일어나서 몸을 흔들었고, 스크린에는 ‘땡큐! 조용필’ ‘남편보다 조용필’ 같은 문구가 뜨며 열기는 절정에 달했다.
25곡을 마친 그는 세 차례 “감사합니다”를 외치며 무대를 내려갔지만 앙코르 요청은 멈추지 않았다. 다시 조명이 켜진 뒤 마지막 곡 ‘여행을 떠나요’(1985)가 시작되자 거대한 풍선이 객석 위로 쏟아졌다. 관객들은 청춘으로 돌아간 듯 풍선을 밀어 올리며 공연을 즐겼다.
그의 58년 음악 인생을 집약한 공연 ‘이 순간을 영원히-조용필’은 추석 당일인 10월 6일 KBS2를 통해 방송된다. 이에 앞서 오는 30일 극장에서 ‘싱어롱 시사회’도 열린다.
김승연 기자 ki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