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쿠팡이츠, 업주에 가격 부풀린 뒤 할인 권유”

입력 2025-09-19 00:15

배달앱 업계 1·2위인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가 일부 입점 점주에게 음식 가격을 사실상 할인 판매하는 것처럼 표시하도록 종용했다는 시민·소비자·변호사단체의 주장이 제기됐다. 단체들은 두 플랫폼이 ‘1인분 무료배달’ 서비스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가격 왜곡을 유도하고 거래 조건을 차별하는 등 불공정행위를 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조사를 촉구했다.

참여연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한국소비자연맹은 18일 기자회견을 열고 배민과 쿠팡이츠의 ‘한그릇 무료배달’, ‘하나만 담아도 무료배달’ 서비스가 자영업자와 소비자 모두를 기만하고 있다며 공정위에 신고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두 플랫폼 모두 단품 메뉴를 전면에 배치해 1인 가구 수요를 흡수하며 이용자를 늘려왔다.

기자회견에서는 배달 앱이 음식 가격을 인위적으로 올린 뒤 다시 할인하는 방식을 권유한 정황이 담긴 상담 녹취록이 공개됐다. 녹취록에는 일부 점주가 배달 앱 상담센터 직원에게 “20% 할인 시 수익이 남지 않는다”는 우려를 제기하자 “가격을 올리고 할인해 정산 금액을 맞출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답이 돌아왔다는 내용이 담겼다. 참여연대는 이 행위가 허위·과장광고에 해당하는 표시광고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프로모션 참여 조건이 자영업자와 프랜차이즈에 달리 적용됐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됐다. 서울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김준형씨는 “개인 매장은 20~40% 할인율을 요구받지만 대형 프랜차이즈는 10%만 적용해도 한그릇 메뉴 카테고리에 노출된다”며 “앱 중앙에 배치된 카테고리에 들어가지 못하면 주문이 급감해 참여를 강요당하는 구조”라고 토로했다.

배민 측은 “가격을 인위적으로 조정해 소비자를 기만하지 않는다”며 “일부 업주가 상담센터에 ‘가격을 올려도 되냐’고 문의했고, 상담 직원이 잘못 답변한 사례가 있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상담센터 교육과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쿠팡이츠 관계자는 “한 그릇 배달 메뉴 가격을 높인 후 할인가격을 책정하는 인위적인 종용행위를 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민의 ‘한그릇 무료배달’ 서비스는 지난 4월 시범 운영 후 8월 정식 도입됐다. 기자회견에서는 서비스 입점 방식 또한 문제로 지적됐다. 이 서비스를 원하는 입점업체 모두에 기회를 주는 대신 특정 업체를 임의로 선정하며 ‘지배적 사업자가 거래 조건을 차별해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라는 비판이 나왔다.

쿠팡이츠가 ‘1인분’ 서비스 주문에 대해 할인 전 금액을 기준으로 중개수수료를 받는 점도 문제로 제기됐다. 입점업체 입장에선 불공정, 불이익 제공 행위로 거래상 지위 남용행위에 해당한다는 지적이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