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ABC방송이 찰리 커크 암살 사건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진행자의 프로그램을 무기한 중단하기로 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 좋은 소식”이라며 환영했지만 민주당은 “표현의 자유 침해”라고 반발했다. 트럼프의 최측근이자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 아이콘이었던 커크가 암살된 후 미국 사회 진영 갈등이 한층 확산되는 양상이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월트디즈니컴퍼니 산하 ABC는 17일(현지시간) ‘지미 키멀 라이브!’ 방송을 무기한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 프로그램은 유명 방송인 지미 키멀(사진)이 2003년부터 진행한 ABC의 간판 심야 토크쇼다.
ABC는 지역 방송사 그룹 넥스타미디어가 ABC 계열 32개 채널에서 해당 프로그램을 방송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직후 이 같이 결정했다. 넥스타 방송 부문 앤드루 앨포드 사장은 “키멀의 발언은 국가적 담론의 중대 시점에서 모욕적이고 무감각했다”고 지적했다.
키멀은 지난 15일 방송에서 트럼프 지지층인 마가를 겨냥해 “커크 암살범을 자신들과 다른 존재로 규정하려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그것으로부터 정치적 이득을 얻으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의 추모 발언 영상을 두고는 “4살 아이가 금붕어를 잃고 애도하는 방식”이라고 조롱했다. 브랜던 카 연방통신위원회(FCC) 위원장은 이를 문제 삼아 지역 방송사에 프로그램 방송 중단을 요구했다. 카 위원장은 “이런 쓰레기 같은 콘텐츠는 우리 사회에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사실상 트럼프 의중을 반영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영국을 국빈방문 중인 트럼프는 18일 새벽 트루스소셜에 “해야 할 일을 용기 있게 해낸 ABC에 축하를 보낸다”고 적었다. 반면 차기 대선 민주당 유력 후보로 꼽히는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공화당은 언론의 자유를 믿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가 커크 암살 사건을 반대 세력을 침묵시키는 조치를 정당화하는 데 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