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반의 반토막”… 공무원 인기 시들, 노량진 상권은 시름

입력 2025-09-19 02:06
서울 동작구 노량진 컵밥거리 일대가 18일 한산한 모습이다. 이날 컵밥거리 매장 18곳 중 문을 연 곳은 7곳에 불과했다.

18일 오전 11시30분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 컵밥거리. 점심시간이 다 됐는데도 북적거리는 모습은 찾기 어려웠다. 컵밥거리 내 18곳 매장 중 문을 연 곳은 7곳에 불과했다. 주변에서 밥을 먹고 있는 사람도 한 손에 꼽을 정도였다. 노량진에서만 30년 동안 장사했다는 김모(70)씨는 “전성기 때와 비교해보면 요즘 손님은 반의 반토막이 났다”며 “재료값은 엄청 올랐는데 컵밥 가격은 올리지 못해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통계청이 지난 5월 실시한 청년층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7·9급 일반직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인구는 12만9000명으로 집계돼 전년(15만9000명) 대비 3만명 감소했다.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7년 이래 가장 적었다.

과거 경제가 어려울 때 안정적 직업으로 각광받던 공무원의 인기가 경기침체기인 최근 시들해진 이유는 복합적이다. 민간기업에 비해 낮은 보수, 악성 민원인 스트레스, 수직적 조직문화가 청년층이 공무원 시험을 외면하는 대표적인 이유로 꼽힌다.

올해 국가직 9급 공무원 공채시험 평균 경쟁률은 24.3대 1이었다. 10년 전인 2015년 평균 경쟁률이 51.6대 1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반토막 난 셈이다. 7급 역시 같은 기간 경쟁률이 81.9대 1에서 44.6대 1로 급감했다.

공무원 시험 학원가 상황도 컵밥거리와 다르지 않았다. 학원 수강생들은 현장에서도 공시생이 줄어든 것이 체감된다고 입을 모았다. 9급 공무원 시험 준비생인 박모(24)씨는 “지금은 개강시즌이라 학생들이 있는 편”이라며 “중도포기생을 고려하면 지금도 많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윤모(25)씨는 “시험공부를 시작한 지 1년 정도 됐는데 초반과 비교하면 수강생이 좀 줄어든 건 맞는 것 같다”고 했다.

학원과 연계된 상가도 한산하긴 마찬가지다. 공시생들이 제본이나 자료 인쇄 등으로 자주 찾는 복사집에도 손님은 많지 않았다. 복사집을 운영하는 박모(64)씨는 “한때는 일거리가 밀려 퇴근시간도 미뤄야 했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손님이 반토막 났다”며 “생활비가 적지 않은 데다 공무원 처우도 좋지 않다 보니 학생이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노량진 상권 곳곳에는 ‘임대 문의’라는 안내판이 걸려 있었다. 일부 상점은 내부에 집기 등을 그대로 둔 채 가게문을 열지 않은 상태였다. 다음 달 음식점을 폐업하기로 했다는 A씨는 “가게를 내놓아도 나가지 않는다. 내부 집기는 있는데 문을 안 여는 가게들은 사실상 폐업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공무원 선호도가 줄어들고 인터넷 강의 적응도가 높아져 현장 수강생 중심의 노량진 상권 쇠퇴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노량진 지역의 재개발이 이뤄진다면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은 있지만 현재 형태의 상권이 유지되긴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글·사진=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