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의 규모와 권한이 축소되는 금융 당국 개편안을 두고 금감원 내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린 금감원 직원들은 금융 당국 개편안을 수용한 이찬진 원장 지시로 만들어진 ‘입법 대응 태스크포스(TF)’를 항의 방문하는 한편 머리띠를 두르고 거리에 나섰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 비대위는 전날 상근 직원을 중심으로 기획조정국 사무실을 항의 방문했다. 기조국이 꾸린 입법 대응 TF의 운영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히기 위해서다. 기조국은 이날 전 부서에 보낸 ‘입법 대응 TF 구성 및 운영 방안’ 이메일을 통해 TF 결성 사실을 알리고 협조를 요청했다.
TF 단장은 이세훈 금감원 수석 부원장이 맡는다. 산하에 부문별 총괄 부서와 제재국·법무국·대외협력팀·공보실 등 주요 부서가 총동원됐다. 이메일에는 “(금감원 조직에 영향을 주는 금융위원회설치법 등) 법률 개정에 따른 부작용 최소화 등을 위해 국회 의견 제출 등 대응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금감원 직원들이 극렬히 반대하는 금융소비자보호처 분리 독립을 골자로 한 금감원 권한 축소를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으로 읽힌다. 그러나 비대위는 ‘TF 이름을 입법 대응이라고 지은 것부터가 현재 금융 당국 개편안 수용을 전제로 한 것 아니냐’며 반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 사정에 정통한 한 금융권 관계자는 “입법 대응 TF 구성이 이 원장 지시인 만큼 ‘적극 대응’ 등의 표현은 반발하는 직원들을 달래기 위한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다고 보는 시각이 금감원 내 팽배하다”고 말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내부 갈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갈 곳 없는 고연차 직원 사이에서 ‘더 큰 화를 입기 전에 상부 결정을 따라야 하는 것 아니냐’는 여론이 퍼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저연차 직원들은 여전히 강경한 입장”이라고 말했다.
비대위를 포함한 금감원 직원 1100여명은 18일 점심시간에 여의도 국회와 한국산업은행 사잇길에서 집회도 했다. 전 직원의 절반가량이 거리로 나온 것이다. 이들은 ‘금융소비자보호원 분리 결사반대’ ‘금감원 독립성 보장하라’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인 강민국·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이 함께했다.
금감원 직원이 국회 앞에서 집회를 연 것은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위원회로 나뉘어 있던 금융 당국이 개편돼 현재 모습을 갖추게 된 2008년 이후 17년 만이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