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주당, 가짜뉴스 수준의 說로 대법원장 몰아내려 하나

입력 2025-09-19 01:30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 17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최근 정치권에 제기된 의혹과 관련해 서면으로 입장 발표 후 퇴청하고 있다. 이한형 기자

조희대 대법원장을 향한 여당의 사퇴·수사 주장은 본말이 전도돼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이 한덕수 전 국무총리 등과 만나 ‘이재명 사건을 알아서 처리하겠다’는 취지로 발언했다”며 물러나 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이런 얘기가 ‘의혹’이 되려면 최소한의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사퇴 요구를 넘어 탄핵과 특검 수사를 주장하는 시점에 와서도 이렇다 할 증거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조 대법원장이 “그런 적 없다”고 하자 정청래 대표는 18일 “억울하면 특검에 출석해 수사를 받고 명백히 밝히면 될 일 아니냐”고 했다. 의혹이 성립할 수 없는 근거 불명의 주장을 해놓고 본인이 부인하니 수사를 하자는, 황당한 논리 비약을 당연한 것처럼 말하고 있다. 정작 내란특검 측은 “현 단계에서 수사에 착수할 만큼의 것은 없는 걸로 안다”며 선을 그었다. 민주당의 주장이 사실에 입각하지 못했음을 뜻한다.

조 대법원장과 한 전 총리 등의 ‘4인 회동설’은 대선 당시인 지난 5월 진보 성향 유튜브 채널이 처음 꺼냈다. 이를 민주당 서영교 의원이 국회에서 ‘카더라’식 전언 형태의 녹취와 함께 공개하며 “사실인지는 모르겠으나”란 단서를 붙여 공론화했다. 뒷받침할 증거가 없어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설(說)을 최근 사법부를 향한 여당의 공세 속에서 민주당 부승찬 의원이 국회 대정부질문을 통해 다시 끄집어내 ‘조희대 흔들기’의 핵심 소재가 됐다. 부 의원 측은 “기존에 나왔던 내용을 언급한 것”이라 했고, 서 의원은 국민일보 통화에서 “녹취 파일은 있지만 회동 여부는 정확하지 않다”고 했다(이후 “내 눈으로 직접 보지 않아 정확하지 않다고 했을 뿐 제보자는 믿을 만한 사람”이라 정정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도 주장을 뒷받침할 추가 제보가 있는지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확인된 건 없다”고 답했다.

민주당이 말하는 4인 회동설은 유튜브 음모론이나 가짜뉴스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것을 처음 꺼낸 유튜브 채널은 마침 ‘청담동 술자리’ 가짜뉴스를 퍼뜨렸던 곳이며, 민주당을 통해 국회에서 공론화되는 과정까지 판박이처럼 닮았다. 극우 진영의 ‘부정선거’ 음모론과 다를 바 없는 정체불명의 설이 헌법에 보장된 대법원장의 임기를 좌우한다면 한국 사회는 탈진실의 혼돈에 빠져들게 될 것이다. 이는 비상계엄 사태에서 어렵게 회복한, 민주와 법치의 상식이 통용되는 질서를 다시 뒤흔드는 일이다. 민주당은 이제라도 의혹이라 말하는 것의 증거를 제시하거나, 그럴 수 없다면 여기서 멈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