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7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내렸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첫 금리 인하다. 연준은 “인플레이션은 다소 높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지만 고용에 대한 하방 위험이 증가했다고 판단해 금리 인하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미국 내 신규 고용은 2만2000명 증가에 그쳐 시장 예상치(7만5000명)에 턱없이 못 미친 고용 쇼크가 발생했다. 관세 영향 등에 따른 물가 우려에도 고용 시장의 침체를 막는 게 더 시급하다고 여긴 것이다. 지난 5월 이후 기준금리 동결 기조를 유지해온 한국은행도 연준의 결정으로 한결 부담이 줄어들었다.
연준의 금리 인하로 한·미 간 금리차는 2.0% 포인트에서 1.75% 포인트로 좁혀졌다. 이로 인해 우리로선 외국인 투자 자금 유출이나 환율 불안 걱정을 덜게 됐다. 무엇보다 제조업 취업자수가 14개월 연속 감소하고 청년층 취업자는 27년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하는 등 우리나라 고용상황도 미국보다 나을 게 없다. 소비쿠폰 발행 등 돈 풀기에도 불구하고 올해 성장률은 0%대(0.9%)에 머물 것으로 보이는 등 경기 동력의 회복세는 여전히 희미하다. 금리 인하의 필요성은 충분히 무르익은 상태다.
언제나 그렇듯 부동산이 복병이다. 정부의 9·7 부동산 공급 대책에도 불구하고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폭은 지난주(0.09%)와 금주(0.12%) 2주 연속 확대됐다. 지난해 10월 이후 지금까지 단행된 금리 인하(1% 포인트)가 실물경제 진작보다 서울 집값을 올리는 데 더 기여했다는 한은 조사결과도 있다. 정부 대책으로 주춤하던 가계대출도 최근 증가 추세다. 추석을 앞두고 쌀값이 20%나 뛰는 등 치솟은 서민 물가도 우려스럽다. 통화정책이 온전히 경기회복에 기여하려면 정부가 집값과 물가를 잡는 게 선결과제임을 보여준다. 금리 인하의 부작용이 없게끔 당국이 좀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