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자가 늘어난 공공기관들이 안전관리등급 평가에서는 선방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망자가 급증했음에도 정부 시범사업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되레 좋은 평가를 받은 곳도 있었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공공기관의 책임자들은 중대재해처벌법의 법망도 피해가고 있었다.
18일 국회 예산정책처가 발행한 ‘2025 국정감사 공공기관 현황과 이슈’에 따르면 지난해 11곳의 공공기관에서 산재 사고사망자(승인기준)가 총 31명 발생했다. 한국수자원공사가 6명으로 가장 많았다. 한국도로공사와 한국토지주택공사 각 4명, 한국전력공사와 한국철도공사, 국가철도공단이 각 3명으로 뒤를 이었다.
그러나 산재 사고사망자 발생 상위권에 속한 수자원공사와 도로공사, 토지주택공사는 모두 2024년 안전관리등급에서 3등급(보통)으로 평가됐다. 토지주택공사는 2023년 2명에서 2024년 4명으로 사고사망자가 배 증가했고, 철도공단도 2023년 1명에서 2024년 2명으로 늘었지만, 전년도 3등급을 유지했다.
공공기관 안전관리등급제는 산재 사고사망자를 줄이기 위해 2020년부터 시행됐다. 안전경영체계(안전역량) 구축을 통해 해당 기관이 어떻게 안전활동을 이행(안전수준)하고, 그 결과 산업재해 사고율이 감소했는가(안전성과)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예정처는 산재 사고사망자가 다수 발생한 기관들의 안전관리등급과 실제 사고발생 현황이 부합하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심지어 토지주택공사의 경우 정부의 ‘실시간 안전관리 상황판’ 시범사업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안전성과의 세부지표인 ‘사고사망 감소 성과 및 노력도’에서 등급이 상향조정(D→C) 이뤄졌다고 예정처는 전했다.
산재 사고사망자가 지속적으로 발생해도 기관장이 처벌받는 경우는 찾아볼 수 없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2022년 이후 공공기관의 경영책임자 등에 대한 검찰 기소는 대한석탄공사에서 발생한 사고사망 1건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지난달 1심 재판에서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선 무죄가 나왔다.
이는 공공기관의 사고사망자가 대부분 공공기관이 발주한 건설현장에서 발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사고사망자 31명 중 21명이 이 경우에 해당한다.
예정처는 “공공기관 안전관리등급 제도의 평가 기준을 정비하고, 실제 사고발생에 대한 반영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다. 노동부는 지난 15일 발표한 ‘노동안전 종합대책’에서 중대재해 발생 공공기관장에 대한 해임 근거를 마련했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