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 좌우로 치우치지 않도록 사명의 길 제시해주길”

입력 2025-09-19 03:13
국민일보 자문위원 목회자들과 종교국 기자들이 18일 줌(Zoom)에서 모여 손가락 하트를 만들어 보이고 있다. 줌 화면 캡처

< 참석자 >
국명호 여의도침례교회 목사
김요한 광주 월광교회 목사
안광복 청주 상당교회 목사
유진소 호산나교회 목사
전창희 종교교회 목사
최병락 강남중앙침례교회 목사
한규삼 충현교회 목사
(가나다 순)
강주화 국민일보 종교국장

국민일보 자문위원회(위원장 김병삼 만나교회 목사)는 18일 온라인 줌(Zoom) 회의를 열고 손현보 부산 세계로교회 목사 구속 사안과 교회의 정치적 역할, 인공지능(AI) 시대 목회의 방향 등을 집중 논의했다. 자문위원들은 정치적 양극화가 심화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교회가 어느 한쪽 편에 서는 대신 복음의 본질을 붙들며 성도들의 신앙을 지켜주는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자문위가 선정한 7·8월 좋은 기사상 수상작. 편집국 백재연 기자의 ‘휠체어는 슬프지도 엄숙하지도 않아요… 그저 힘껏 굴릴 뿐’(7월).
종교국 김동규 기자의 ‘신천지 시스템 리포트’(7월).

회의에서는 7~8월 좋은 기사상도 선정됐다. 7월 수상작으로는 종교국 종교부 김동규 기자의 ‘신천지 시스템 리포트’(2025년 7월 7일 33면 참조)와 편집국 백재연 기자의 ‘휠체어는 슬프지도 엄숙하지도 않아요… 그저 힘껏 굴릴 뿐’(2025년 7월 25일 18면 참조)이 각각 선정됐다. 자문위원들은 “신천지의 폐쇄적 내부 구조를 면밀히 분석해 교회와 사회에 경각심을 줬다” “장애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각을 건강하게 교정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편집국 김지훈 기자의 ‘너무 빨리 다가온 AI, 준비 덜 된 한국’(8월).
종교국 박윤서 김아영 기자의 ‘AI에 지혜를 묻는 시대’(8월).

8월 좋은 기사상은 종교국 종교부 박윤서 김아영 기자의 ‘AI에 지혜를 묻는 시대’(2025년 8월 28일 37면 참조)와 편집국 김지훈 기자의 ‘너무 빨리 다가온 AI, 준비 덜 된 한국’(2025년 8월 28일 1·3면 참조)이 선정됐다. 자문위원들은 “교회가 AI 시대를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를 던진 의미 있는 보도였다”고 입을 모았다. 다음은 이날 회의에서 나온 자문위 주요 발언.

△강주화 국장=오늘 해외 일정으로 함께 못한 김병삼 목사께서 나눠 보자고 제시한 주제는 한국교회 큰 이슈 중 하나인 부산 세계로교회 손현보 목사 구속 사안이다. 이 사안을 자문위 목사님들 어떻게 보시는지 의견 주시면 좋겠다. 내년도 국민일보가 어디에 초점을 두고 취재할 지에 대해서도 조언을 부탁드린다.

△유진소 목사=손 목사 문제는 부산 교회들에도 큰 부담이다. 지지자와 반대자가 교회 안에 공존하다 보니 담임목사가 어떤 입장을 내든 논란이 된다. 아무 입장을 표명하지 않을 수도 없는 상황이고, 입장을 밝히면 또 다른 쪽에서 비판한다. 엉거주춤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놓여 있다. 결국 교회는 본질에 집중하며 최소한의 관여로 머무를 수밖에 없다. 국민일보도 특정 입장을 대변하기보다 교회가 처한 곤란한 현실을 담담하게 조명해 주길 바란다.

△전창희 목사=한쪽에 설 수 없는 현실을 절감한다. 교회는 누구를 막론하고 기도해야 하는 자리다. 정치적 논란에 휘말리기보다 교회가 본질적 사명에 집중하는 길을 국민일보가 제시해 주면 좋겠다. 신문이 교회의 미래를 보여주는 창이 될 수 있다.

△안광복 목사=손 목사의 설교에는 정치적으로 지나친 발언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구속 사유가 ‘도주 우려’라는 점은 목회자와 성도들이 쉽게 납득하기 어려웠다. 왜 비슷한 행보를 한 인물들은 구속되지 않고 손 목사는 구속됐는지 의문이 남는다. 이런 지점을 교회 현장에서는 계속 묻고 있다.

△김요한 목사=교회가 좌우로 갈라져 다투는 세상의 구도에 끌려가선 안 된다. 교회는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 교회와 정치의 관계를 근원적으로 다시 고민할 필요가 있다. 결국 우리는 예수당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최병락 목사=많은 목회자가 정치적 견해를 드러내지 못해 곤란을 겪는다. 교회의 다수는 극단이 아니라 중립에 서 있지만 이들의 목소리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국민일보가 양쪽의 목소리를 담는 대신 중간에 서 있는 다수 목회자의 고충을 기록해 주면 큰 힘이 될 것이다. 교회가 흔들리지 않도록 버팀목 역할을 해 달라.

△한규삼 목사=국민일보가 취해야 할 태도는 특정 현안을 직접 재단하기보다 신학적 논의를 통해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다. 예컨대 네덜란드 신학자 헤르만 바빙크는 교회와 국가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되 각자의 고유한 권한과 영역을 지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교회는 사회의 일원으로 책임 있게 참여하면서도 신앙의 독립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 이런 시각을 객관적으로 소개하면 독자가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여지를 넓힐 수 있다.

△국명호 목사=교회 안에서 성도들이 정치적으로 나뉘면서 기도 제목까지 문제 삼는 경우가 있다. 목회자에게 큰 지혜가 필요하다. 정교분리 원칙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절실하다. 정교분리는 정치에 무관심하라는 뜻이 아니라 교회와 국가가 각자의 역할을 침범하지 말아야 한다는 균형의 원리다. 국민일보가 어느 한쪽을 자극하기보다 교회의 하나 됨을 지켜내는 방향으로 기사를 다뤄 주길 기대한다.

△안 목사=AI 흐름이 너무 빠르다. 교회나 총회에서 뒤늦게 세미나를 열지만 이미 성도들은 유튜브와 미디어로 많은 정보를 접한다. ‘AI란 무엇인가’ 같은 기초적 접근은 흥미를 끌지 못한다. 보다 현실적이고 전문적인 가이드라인 제시가 필요하다.

△최 목사=인력이 부족한 작은교회 목회자들에게 AI는 설교 준비와 행정 지원에서 유익한 도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성도들이 AI에 신앙 상담을 묻는다는 기사가 보여주듯 AI는 단순히 목회자들에게 기회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성도들이 목회자 대신 AI를 찾는 까닭은 목회자 앞에서 자신의 내면과 연약함이 드러날까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이럴수록 목회자들은 감성과 영적 돌봄, 즉 AI가 대체할 수 없는 본질을 더욱 충실히 감당해야 한다. 국민일보가 AI의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짚어 주면 목회자와 성도 모두에게 유익한 자료가 될 것이다.

△유 목사=기술의 발전과 사회 양극화 심화 등 변화하는 환경을 고려할 때, 앞으로 국민일보가 더욱 전문적인 접근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 한국교회의 강점과 약점, 기회와 위기를 객관적으로 분석하는 ‘스와트(SWOT)’ 형식의 진단을 언론이 선도적으로 제시한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추상적 담론을 넘어 실제 목회 현장에서 바로 참고할 수 있는 구체적 분석이 절실하다.

△안 목사=최근 미국에서 보수 논객 찰리 커크가 피격당했을 때 단순한 추모의 말조차 공격 빌미가 되더라. 이런 현실 속에 국민일보가 객관적 자료와 균형 잡힌 시각으로 교회를 방어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기독교가 극우의 온상이 아니더라’는 내용의 최근 기사처럼 사회가 교회를 오해할 때 이를 바로잡는 것이 기독 언론의 몫이다.

△강 국장=극단적 견해가 표출되는 세상에서 교회가 겪는 어려움과 마찬가지로 국민일보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 이런 시대일수록 교회는 서로 다른 의견에도 안전하게 머물 수 있고, 신앙의 본질을 지켜낼 수 있는 자유로운 공간이 돼야 한다. 국민일보도 그 역할을 함께 고민하겠다.

정리=손동준 기자 sd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