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안티파

입력 2025-09-19 00:4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좌파 진영과의 전면전을 선포한 것은 1기 집권 때도 마찬가지였다. 2020년 당시 흑인 남성이 경찰에 뒷목이 짓눌려 사망한 이후 인종차별 항의시위가 미국 전역을 휩쓸자 트럼프 대통령은 시위대를 향해 노골적 분노를 표출했다. 그는 “안티파(Antifa)와 급진좌파 집단이 공공기물 파손을 주도하고 있다. 안티파를 테러조직으로 지정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티파는 ‘안티 파시스트 액션(Anti-Fascist Action)’의 줄임말이다. 명칭에서 알 수 있듯 파시스트에 반대하며 이를 직접 행동에 옮기는 것이 목표인 집단이다. 파시스트로 통칭되는 극우 인사와 차별주의자들에 대해 직접적인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아 대개 극좌 성향으로 분류된다. 1920년대 이탈리아와 독일에서 파시스트와 나치를 반대하기 위해 공산주의자 중심으로 조직한 행동대가 시초로 전해지는데 유럽과 달리 그동안 미국에서는 영향력이 크지 않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안티파를 국내 테러 단체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1기 집권 때 하려다 못한 것을 이번에 한 셈이다.

안티파의 테러 단체 지정은 끝이 아니라 시작으로 보인다. 우파 활동가 찰리 커크 암살 이후 좌파 진영과의 전면전을 선포한 트럼프 대통령은 공격을 이어갈 태세다. 앞서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은 “정부 전반의 모든 자원을 동원해 테러리스트 네트워크를 뿌리 뽑고 해체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장관들과 연방 부처 수장들이 보수 진영을 겨냥한 폭력을 지원하거나 연루된 단체들의 목록을 작성 중”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폭력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진보 성향 비영리단체의 면세 지위를 재검토하는 행정명령까지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격화되고 있는 미국의 진영 갈등을 걱정하다 문득 ‘내 코가 석 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사회의 진영 갈등은 미국보단 그래도 낫다고 할 수 있을까.

정승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