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고양 일산동구의 한 상가건물 3층에 있는 세길교회(김기승 목사)가 지난 6월 중순 인스타그램에 올린 교회 소개 영상은 재생횟수 35만여건을 기록하며 큰 관심을 받았다. ‘님들 그거 앎?’이라는 말로 시작해 흥미로운 주제를 던져 인기를 끌었던 쇼츠 영상 콘셉트를 적용한 게 주효했다. 20대 초반 전도사가 비기독교인에게도 통할 만한 전도법을 고민한 결과였다. 김기승 목사는 19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작은 상가 교회 특성상 건물을 보고 교회에 찾아오는 경우가 거의 없는데 이 영상을 보고 진짜로 한 30대 가정이 방문했다”며 “전통적인 방식의 틀을 깨고 새로운 시도를 한 교역자의 용기와 도전이 고마웠다”고 했다.
MZ세대가 기독교 부흥을 위해 문화트렌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포착된다. 재밌고 경쾌하면서, 때론 본 적 없이 뜨겁다. 이들은 문화라는 도구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데 주저함이 없다. 이런 현상은 특히 온라인 공간에서 두드러진다. 짧은 영상 콘텐츠를 통해 공감과 재미를 동시에 전달함으로써 교회가 시대와 함께 호흡하며 새로운 방식으로 부흥을 모색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경기도 파주에 있는 한소망교회(최봉규 목사)의 청소년 부서인 ‘더청소년교회’가 지난여름 수련회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제작한 영상도 30만건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청소년 부서를 갓 졸업한 20세 청년 교사가 출연한 이 영상은 중고등학생들이 결정 내리기 모호한 상황에서 보이는 행동을 익살스럽게 연출한 ‘할래? 말래’ 영상을 패러디한 것이었다. 더청소년교회를 담당하는 변순화 목사는 “MZ세대 평신도 교사들이 청소년 세대가 예배 자리에 나올 수 있도록 직접 아이디어를 낸다”고 했다. 실제로 청소년 부서에서 봉사하는 100여명 중 20~30대 비율은 60%에 달할 정도로 젊은 세대의 자발적인 참여가 활발하다.
일본 아내와 결혼해 현재 일본 후쿠오카에서 사는 이동하(32) 집사는 한국에 일본 기독교를 소개하고 현지 청년 세대를 위해 함께 기도하자는 열망을 담아 올해 초 인스타그램을 시작했다. 방음을 위해 방공호처럼 두꺼운 문이 있거나 다다미 바닥을 열면 침례탕이 나오는 일본 교회의 독특한 모습을 담은 1분 정도의 영상은 각각 수십만명이 시청했다. 이 집사는 “일본 교회의 성도 중 약 80%가 65세 이상 어르신이라 일본 청년 세대에 대한 전도와 기도가 절실하다고 느꼈고, SNS에서 일본교회와 복음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으면 했다”고 설명했다. 그가 제작한 짧은 영상은 예상치 못한 나비 효과를 불러왔다. 그가 출석하는 후쿠오카신생그리스도교회(타케다 준세이 목사)에 한국인 유학생은 물론 여행객, 한국교회 선교팀의 방문이 잇따랐다. 이 집사는 “교회에 방문하신 분들이 제 영상을 통해 일본교회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깊어졌다고 말씀해 주셔서 감사한 마음이 크다”며 “교회를 전혀 알지 못하는 일본의 청년들을 교회로 초대할 수 있는 콘텐츠도 적극적으로 만들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기존의 틀을 넘어서는 재치있는 MZ세대들의 시도는 언뜻 가벼운 유행을 좇는 행동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온라인 속에서 반응이나 막연한 가능성이 아닌 실제적인 부흥의 움직임을 끌어내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오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10월3일 경기도 고양 킨텍스에서 열리는 ‘2025 G2A(Go to All) 집회’는 대표적 사례다. 행사 티켓은 1만5000석이 매진됐다. 주최 측에 따르면 티켓 구매자 중 10~20대가 60%다. 30대까지 포함하면 전체의 80%가 청년과 청소년이다.
주최 측은 젊은 세대의 감성과 트렌드를 고려해 대중문화 요소를 전략적으로 활용했다. 일반 예매 사이트에서 입장권을 팔았고 티셔츠 등 굿즈를 제작해 SNS에 올렸다. 전국에서 모이는 참여자를 위해 50개 지역에서 셔틀버스를 배치하는 방안을 기획했다. 청소년 영역을 담당하는 디렉터인 홍정수 목사는 “현장에서 사용되는 LED 화면의 가로 길이는 100m가 넘는다”며 “영상, 음향, 조명 등 세밀한 요소까지 탁월함을 추구하며 그리스도인의 가장 본질적인 행위라 할 수 있는 예배가 문화가 되게 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여러 교회와 선교 단체가 자비량으로 연대해 집회를 이뤄간 과정 자체가 새로운 부흥의 조짐으로 해석된다. 이번 집회엔 대표 없이 14명의 디렉터가 함께한다. 제이어스 예수전도단 팀룩워십 아이자야씩스티원 등 한국을 대표하는 예배팀이 총출동한다. 홍 목사는 “자신이 맞다고 생각하는 것을 얻기 위해 몇 시간 혹은 며칠의 기다림을 당연히 여기는 MZ세대의 오픈런 문화와도 맞닿아있다”고 했다.
이 집회의 궁극적인 목표는 단순한 문화 경험이 아닌, 일상에서 자발적으로 선교 운동을 할 수 있도록 참여자를 이끄는 것이다. 사무국 디렉터인 황예찬 교회친구다모여 대표는 “G2A는 지속적인 부흥 운동이나 선교 운동에 가깝다”며 “젊은 세대 주도로 자발적으로 사역할 수 있는 신앙의 광장을 마련하고 콘텐츠를 제공함으로써 그 사역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다. 집회 이후 5년간 6개의 영역에서 자발적인 선교 운동이 이어질 수 있도록 지역별로도 지원할 예정이다.
홍 목사는 부흥이라는 단어가 단순히 교회 성장으로 오해되는 한국교회의 현실을 우려하면서도 “이번 집회가 참여자들이 삶의 자리에서 실제적인 변화를 경험하게 하는 시작점이 되도록 돕고 싶다”고 강조했다.
사진=각 교회·기관 제공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