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책방] “여기가 가장 재밌다고 해서 왔어요”

입력 2025-09-20 00:32

막바지 더위가 한창인 지난달 30일 군산회관 앞에는 길게 줄이 늘어서 있었다. 군산북페어 개막을 기다리는 오픈런 행렬이었다. 들어가보니 웬걸, 북페어 열기는 한여름 태양보다 뜨거웠다. 군산북페어는 2024년 첫 회에 6600명이, 올해 9800명이 찾았다고 한다. 북페어가 열리는 군산회관은 코엑스만큼 광활한 공간이 아니다. 올해 참가팀은 104개. 하지만 이런 물리적 조건만으로 군산북페어의 열기를 한정할 수 없다.

우선 북페어 참가팀은 동일하게 테이블 하나를 배정받는다. 참여사의 평등이 보장된다. 상업출판부터 독립출판, 전문서점에서 독립서점, 중앙과 로컬에 이르기까지 가장 새로움을 보여주는 참여사가 다채로움을 뽐냈다. 참가팀은 이구동성으로 주최 측의 환대와 배려를 손꼽았다. 함께 만드는 북페어라는 만족감이 있었다는 평이다. 북페어를 찾은 독자도 주목할 만하다. 서울은 물론 전국에서 모여들었다. 가까운 대전, 부여, 세종에서는 가족 단위로 방문했다. 연령대도 다양했다. 2025년 서울국제도서전은 사전 예약 입장으로 20대 여성의 비율이 압도적이었다. 이들이 굿즈에 진심인 건 알려진 사실. 군산북페어에도 다양한 굿즈가 나왔다. 온다프레스는 ‘동쪽의 밥상’을 기념해 명태포 굿즈를, 동네책방 마리서사는 포르투 노트를, 헌책방 북셀러는 중고도서에서 찾은 메모로 책갈피를 만들었다 하지만 군산에 온 독자는 굿즈보다 책에 대한 관심이 컸다. 도서 구매율도 상당히 높았다.

군산 북페어의 중심에는 프로파간다 출판사의 김광철 대표가 있다. 군산으로 이주한 김 대표는 2023년 영화동에서 책방 그래픽숍을 열었다. 김 대표는 지속적으로 군산의 책방들과 지역 문화계 인사들에게 북페어를 해보자는 공감대를 넓혀갔다. 군산을 넘어 전국적으로 영향력 있는 문화적 자원, 즉 북페어를 만들자는 생각은 멋지지만 가능할까 싶었다. 마침 리모델링을 마친 군산회관을 문화거점시설로 활용하려는 소통협력센터군산의 민간운영사 커넥트군산이 재정지원을 약속한다. 기적적으로 지난해 첫 번째 군산북페어가 탄생했다. 군산 책방 연합인 군산책문화발전소는 북페어의 기획과 운영을 맡았다. 참여서점은 그래픽숍, 그림산책, 리루서점, 마리서사, 봄날의산책, 시간여행자의책방, 심리서점쓰담, 양우당, 예스트, 조용한분홍색, 종이골짜기, 군산어린이서점, 책봄, 한길문고였다.

그러나 책방들이 친목 모임을 넘어 지속해서 사업적 연대를 하는 건 쉽지 않았다. 책방을 운영하기에도 벅찬 현실에 재정적 어려움도 큰 걸림돌이었다. 2023년 시작한 ‘군산초단편문학상’ 역시 지원을 받지 못해 군산 책방들이 십시일반으로 상금을 모았다. 하지만 재정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지속은 불투명하다. 비슷한 이유로 ‘전주동네책방문학상’ 역시 잠정 중단 상태다.

올해 군산 책방들은 군산북페어운영위원회라는 이름으로 북페어에 힘을 보탰다. 또 군산회관 3층의 공동부스존 ‘군산빌리지’에서 독자를 만났다. 지속적인 연대가 말처럼 쉽지는 않지만 동네책방이 협력해 새로운 북페어를 꿈꾸고 실현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값지다.

한미화 출판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