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내란전담재판부에 대해 “저 폭주를 놔둔다면 결국 어떤 수를 쓰더라도 국민의힘을 해체시킬 것”이라며 “민주당이 스스로 무너지는 계기가 될 수는 있겠지만, 그러기엔 너무 큰 국민 희생을 치러야 한다”고 비판했다.
장 대표는 17일 국회 국민의힘 대표실에서 진행한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결국 국민 저항권을 통해 (민주당 폭주를) 목숨을 걸고 피로 막아낼 수밖에 없다”며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우리에게 107석을 남겨준 국민께 너무 무책임한 일”이라고 말했다.
부장판사 출신인 그는 이 대통령과의 영수회담 독대 자리에서도 내란전담재판부와 관련해 “‘사법부로선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대통령실과 여당이 나서서 밀어붙인다면 사법부도 모종의 결단을 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를 전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이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에 ‘원칙적 공감’ 입장을 냈다가 번복한 데 대해선 “본심을 들키니 속기록에서도 삭제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 대표는 한·미 관세협상에 대해서는 “원래 어그러졌는데, 아닌 척하다가 이제야 사실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라며 “자화자찬하고 자랑하던 그 모습은 도대체 어디로 갔느냐”고 말했다. 다음은 장 대표와의 일문일답.
-조 대법원장 사퇴 요구 관련 대통령실의 입장 번복이 있었다.
“대변인의 입장은 대통령의 공식 입장이다. 제가 다 봤지만, 결론은 원칙적으로 공감한다는 내용이다. 이 대통령 본인의 본심을 들키니까 꼬리 자르기를 하고, 속기록에서 삭제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내란특별(전담)재판부가 왜 위헌이냐는 입장이다.
“귀를 의심했다. 명색이 법조인 아니신가. 민주당은 또 한 번 비틀어서 법원에 전담재판부가 있다고 한다. 그런데 그것은 말 그대로 같은 종류의 사건에 대한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하는 것이고, 전담재판부 구성에는 사법부 외에는 누구도 관여하지 않는다. 민주당은 특정 사건을 맡기기 위해 외부에서 재판부 구성에 관여하겠다는 것인데, 이게 왜 위헌인지 모르겠다고 하면 왜 대통령의 자리에 앉아 있는지 묻고 싶다. 대한민국 헌법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중국이나 북한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이 대통령은 변호사 자격증을 만주에서 사 온 것인가.”
-이 대통령과 독대 자리에서도 내란전담재판부 우려를 전달하셨나.
“예전에 법원에 같이 근무했던 분들을 우연히 식사자리에서 뵐 기회가 있었다. 그분들 우려가 매우 컸다. 독대 자리에선 ‘사법부에서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대통령실과 여당이 나서서 강하게 밀어붙인다면 사법부로서도 어떤 모종의 결단을 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씀드렸다. 모든 법관이 사법부 독립 훼손에 저항해 법복을 벗고 사직을 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모종의 결단이란 것은 이 대통령의 멈춰선 5개 재판을 재개하는 것이다. 충분히 상상 가능한 일이고, 그런 우려를 전달했다.”
-독대 자리는 어땠나.
“그 자리에서는 대화가 되는 것 같았다. 그런데 뒤돌아서서 내란전담재판부는 왜 위헌인지 모르겠다고 하고, 조 대법원장 사퇴 요구는 원칙적으로 공감한다고 한다.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당시 자리에서는 어려운 문제들을 함께 풀어가려는 의지가 있는 건가 싶었는데, 지금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더군다나 4년 중임제 개헌을 얘기하는 것 보니 영수회담 등 이것저것 다 이용하긴 하지만 결국은 본인들이 원하는 마지막 목적지를 향해 시간표대로 가고 있다는 느낌이다.”
-이 대통령 탄핵 검토는 진지한 얘기인가.
“개인적 차원에서 함께 일하는 분들에게 법적 검토를 해보라고 지시한 상태다. 제 법리에 비춰보면 탄핵 사유다. 다만 제 생각만 갖고 되는 건 아니라 결과를 보고 필요하면 당 공식 기구인 법률지원단에 법적 검토를 지시할 것이고, 거기서도 된다고 하면 원내지도부와 협의해 탄핵소추안을 작성할 것이다.”
-한·미 관세협상이 길어지고 있다.
“원래 어그러졌는데, 아닌 척하다가 이제야 사실이 드러나고 있는 것뿐이다. 처음에 우리가 ‘합의문은 좀 있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얘기하니, 합의문이 필요 없을 정도로 합의가 너무 잘됐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은 합의문에 서명했다가는 우리가 앉아서 죽을 것 같아서 서명을 차마 못하고 왔다고 말한다. 이런 식으로 아예 답이 안 나오니 반미정서를 자극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지 않나.”
-장외투쟁 추진, 과거 자유한국당 ‘황교안 체제’가 떠오른다는 지적도 있다.
“그냥 화가 나니 장외로 나가자, 이런 것은 득보다 실이 더 클 수도 있다. 명확한 명분, 어떤 곳으로 언제 갈 것인지, 어떤 형식으로 집회할 것인지 그림이 제대로 준비돼 있어야 한다. 명분과 형식을 잘 만들어낸다면 저는 장외집회가 때로는 국민을 설득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강성 지지층과 중도층 사이 균형은 어떻게 잡아갈 것인가.
“당대표는 모든 당원의 대표이면서 모든 국민을 설득해야 하는 자리다. 상황마다 어디에 더 무게 중심을 둘 것인지 배분을 잘 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다만 제가 전대 때 약속했던 것들은 다 지켜나갈 것이다.”
-부산·대구·대전 등 연이은 현장 행보. 내년 6월 지방선거 준비인가.
“정당은 일차적으로 선거에서 이기는 게 목표다. 모든 행보는 선거와 연관돼 있다. 선거에 승리해서 우리가 나아가려는 방향으로 국민을 더 잘 살게 하는 것이다. 하나하나가 다 국민의 마음을 얻고 그래서 결국 지방선거 승리의 발판을 만드는 일들이다.”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개혁신당과 연대 가능성은.
“예측 가능한 연대는 선거에 어떤 도움도 되지 않고, 어떤 효과도 나오지 않는다. 연대는 일반적 예측을 벗어나 국민께 감동을 줄 수 있을 때 효과가 있다. 어떤 상황이 올지 모르기에 그때까지는 힘을 최대한 키우는 일에만 집중하려 한다.”
-이른바 ‘명·청 갈등’(이재명 대통령과 정청래 대표 갈등)은 어떻게 보나.
“늘 시한폭탄이다. 지금 잠깐 시계가 멈춘 것 같은데 곧 전원이 다시 켜질 것이다.”
이형민 정우진 이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