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4인 회동 수사해야” 조희대 압박… 조 “만남 가진 적 없다”

입력 2025-09-17 19:01
조희대 대법원장이 17일 정치권의 의혹 제기에 반박하는 입장을 서면으로 밝힌 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를 나서고 있다. 이한형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조희대 대법원장과 정상명 전 검찰총장, 한덕수 전 국무총리, 김충식(최은순씨의 집사로 알려진 인물)씨가 회동하며 대선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재차 꺼내들고 특검 수사를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에 대법원이 반발하자 조 대법원장을 향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다.

해당 의혹은 4개월 전 공론화됐을 때 객관적 근거 없는 제보자의 일방적 전언 수준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김씨를 제외한 나머지 인사들도 이날 모두 회동 사실 자체를 공식 부인했다. 사법부 수장을 겨냥한 민주당의 총공세가 허구였던 제2의 ‘한동훈 청담동 술자리 의혹’이 될지, 괴담으로 치부됐으나 현실화됐던 김민석 국무총리의 ‘비상계엄 예언’이 될지 주목된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17일 대정부질문 때 언급된 조 대법원장의 대선 개입 의혹을 거론하며 “내란 특검은 이 충격적인 의혹에 대해 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존경받아야 할 사법부 수장이 이렇게 정치적 편향성(을 보이고), 알 수 없는 의혹 제기 때문에 사퇴 요구도 있으니 직무를 계속 수행하기에는 매우 부적절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의혹은 대선 전인 지난 5월 초 친여 성향의 한 유튜브 매체가 제기하고, 서영교 의원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언급하며 처음 공론화됐다. 이들이 공개한 녹취록에서 제보자는 ‘전언’ 형태로 4명이 점심을 먹는 자리가 있었으며 “조 대법원장이 ‘이재명 사건이 대법원에 올라오면 알아서 처리한다’는 얘기를 했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했던 의혹은 전날 대정부질문에서 부승찬 민주당 의원의 언급으로 다시 부상했다. 해당 의혹을 되풀이하는 수준이었지만 이번엔 여당 지도부가 힘을 실은 것이다. 서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제보 출처에 대해 “과거 정권의 민정에 있었던 사람”이라며 “아주 신뢰할 만한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당내에서도 진위에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청담동 술자리 가짜뉴스와 판박이”이라며 “법적 책임이 뒤따르게 돼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의혹 역시 조 대법원장의 거취를 압박하기 위한 ‘묻지마’ 의혹 제기라는 주장이다.

대법원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조 대법원장은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사건 처리와 관련해 한 전 총리는 물론이고 외부의 누구와도 논의한 바 전혀 없다”며 “제기되고 있는 의혹과 같은 대화 또는 만남을 가진 적이 없음을 명백히 밝힌다”고 밝혔다. 한 전 총리 측은 “조 대법원장과 회의나 식사를 한 사실이 일절 없으며, 개인적 친분도 전혀 없다”고 말했다. 정 전 총장도 통화에서 “조 대법원장은 고등학교 선후배 사이지만 일면식도 없다. 김충식도 모른다”며 “허무맹랑한 얘기”라고 반박했다. 내란 특검팀은 민주당이 제기한 의혹에 대해 “수사 대상에 해당하는지, 내란과 연결될 수 있을지는 상당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현재로선 수사 가능성이 낮다고 밝혔다.

김판 이형민 구자창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