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전국 대승’ 野 ‘궤멸 방어’ 조기 총력전… 현안 블랙홀 되나

입력 2025-09-18 00:02
정청래(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2025 더불어민주당-제주도 예산정책협의회’를 위해 찾은 제주도청에서 공무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정 대표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대선 개입 의혹을 거론하며 자진 사퇴와 특검 수사를 촉구했다. 연합뉴스

12·3 비상계엄 후폭풍이 정치권의 내년 6·3 지방선거 전략을 강타하고 있다. 여당은 내란 척결을 명분으로 전국적 대승을 거두기 위한 속도전에 돌입했다. 이에 맞서 야당은 정권 심판론을 호소하며 당의 궤멸을 막기 위해 총력전을 펼 기세다. 그러나 이 같은 조기 총력전이 경제 위기 속 핵심 정책 조율이나 민생 회복 등 중차대한 현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인 채 내부 갈등만 키울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17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제주에서 현장 예산정책협의회를 열고 역대 최대인 2조3000억원 규모의 예산 지원 방안을 논의한 것은 제주도민의 표심을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제주는 민주당 소속 오영환 지사가 도정을 이끌고 있지만 앞선 두 차례 지방선거에서는 국민의힘 출신에 자리를 내줬던 곳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정기국회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앞두고 전남 무안을 시작으로 경북 경주, 대전 등 지역별 예산정책협의회를 순차 개최하고 있다. 정 대표는 취임 한달반 만에 호남만 벌써 세 차례 찾았다.

내년 지방선거는 이재명정부의 첫 집권당 수장인 정 대표 개인에게도 정치적 시험대다. 정 대표는 취임 일성으로 “지방선거에 모든 걸 걸겠다”고 밝히며 내년 선거 압승에 사실상 승부를 걸었다. 내년 8월 임기 만료인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과 대권 도전 여부도 지방선거 성적과 직결한다. 반면 지도부가 조기 총력전에 나서면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내년 지방선거 출마 의사가 있으면 10월 초쯤에는 시·도당위원장 자리를, 12월 초쯤에는 최고위원을 사퇴해야 한다”며 “하마평에 거론 중인 최고위원이 줄사퇴하면 비대위원회 체제로 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도 정치적 성과를 증명해야 하는 무대이기 때문에 지방선거 승리에 사활을 걸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당 지도부는 지난 주말 1박2일 일정으로 부산을 방문한 데 이어 21일에는 대구에서 이재명정부를 비판하는 대규모 장외집회를 개최한다. 22일에는 대전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열 예정이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17개 광역자치단체 중 자당 소속인 12곳은 최대한 수성하겠다는 목표다. 특히 서울과 부산은 반드시 사수해야 할 전략 지역으로 꼽힌다. 내부에서는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으로 당세가 위축된 상황에서 두 지역만 지켜내도 선방한 것으로 본다. 두 곳 모두 중도층 민심이 좌우하는 만큼 개혁신당 등과의 범보수 연합 전략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역인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형준 부산시장의 재도전이 유력한 상태지만 선거를 앞두고 대여 경쟁력, 사법 리스크 등 변수에 따라 경선판이 요동칠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이 입법부와 행정부를 장악한 가운데 국민의힘 안팎엔 지방 권력까지 내주면 보수가 궤멸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크다.

김혜원 정우진 기자, 제주=한웅희 기자 ki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