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후폭풍이 정치권의 내년 6·3 지방선거 전략을 강타하고 있다. 여당은 내란 척결을 명분으로 전국적 대승을 거두기 위한 속도전에 돌입했다. 이에 맞서 야당은 정권 심판론을 호소하며 당의 궤멸을 막기 위해 총력전을 펼 기세다. 그러나 이 같은 조기 총력전이 경제 위기 속 핵심 정책 조율이나 민생 회복 등 중차대한 현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인 채 내부 갈등만 키울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17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제주에서 현장 예산정책협의회를 열고 역대 최대인 2조3000억원 규모의 예산 지원 방안을 논의한 것은 제주도민의 표심을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제주는 민주당 소속 오영환 지사가 도정을 이끌고 있지만 앞선 두 차례 지방선거에서는 국민의힘 출신에 자리를 내줬던 곳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정기국회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앞두고 전남 무안을 시작으로 경북 경주, 대전 등 지역별 예산정책협의회를 순차 개최하고 있다. 정 대표는 취임 한달반 만에 호남만 벌써 세 차례 찾았다.
내년 지방선거는 이재명정부의 첫 집권당 수장인 정 대표 개인에게도 정치적 시험대다. 정 대표는 취임 일성으로 “지방선거에 모든 걸 걸겠다”고 밝히며 내년 선거 압승에 사실상 승부를 걸었다. 내년 8월 임기 만료인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과 대권 도전 여부도 지방선거 성적과 직결한다. 반면 지도부가 조기 총력전에 나서면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내년 지방선거 출마 의사가 있으면 10월 초쯤에는 시·도당위원장 자리를, 12월 초쯤에는 최고위원을 사퇴해야 한다”며 “하마평에 거론 중인 최고위원이 줄사퇴하면 비대위원회 체제로 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도 정치적 성과를 증명해야 하는 무대이기 때문에 지방선거 승리에 사활을 걸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당 지도부는 지난 주말 1박2일 일정으로 부산을 방문한 데 이어 21일에는 대구에서 이재명정부를 비판하는 대규모 장외집회를 개최한다. 22일에는 대전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열 예정이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17개 광역자치단체 중 자당 소속인 12곳은 최대한 수성하겠다는 목표다. 특히 서울과 부산은 반드시 사수해야 할 전략 지역으로 꼽힌다. 내부에서는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으로 당세가 위축된 상황에서 두 지역만 지켜내도 선방한 것으로 본다. 두 곳 모두 중도층 민심이 좌우하는 만큼 개혁신당 등과의 범보수 연합 전략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역인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형준 부산시장의 재도전이 유력한 상태지만 선거를 앞두고 대여 경쟁력, 사법 리스크 등 변수에 따라 경선판이 요동칠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이 입법부와 행정부를 장악한 가운데 국민의힘 안팎엔 지방 권력까지 내주면 보수가 궤멸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크다.
김혜원 정우진 기자, 제주=한웅희 기자 ki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