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6월 지방선거를 9개월이나 앞둔 상황에서 정치권의 전초전이 격화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여당 지지세가 약한 경합지를 중심으로 지방 일정을 이어가고 있고, 여야 지도부는 연일 텃밭을 챙기며 표심 다지기에 나섰다. 비상계엄 후폭풍으로 그 어느 때보다 정세가 불안정한 상황에서 여야 모두 민심 선점을 위한 총력전에 돌입한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영남·강원·충청 등 대표적인 경합 지역을 잇달아 찾고 있다. 지난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행정수도 완성은 균형발전의 주춧돌”이라며 세종집무실과 국회 세종의사당 건립 추진 의지를 밝혔다. 지난 12일 강원도 춘천 타운홀미팅에서는 내년 강원지사 출마설이 제기되는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을 의도적으로 부각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강원 철도망 사업을 언급하며 “우 수석이 ‘삼척~강릉고속철도 구간이 너무 저속이라서 이걸 1번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고 하자 이 대통령은 “우 수석이 보고하도록 할 걸 그랬다. 그분이 강원도라서 그런 것 같다”고 답했다. 이 대통령은 취임 후 부산·대전에서도 타운홀미팅을 연달아 주재했다.
여야 대표들은 취임 후 일제히 집토끼 단속에 나서고 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전날 전북 전주에서 호남발전특별위원회 첫 회의를 주재했고, 17일 제주를 찾아 현장 최고위원회의와 예산정책협의회를 가졌다. 지난 8월 취임 직후에는 전남 나주의 수해 복구 작업에 직접 참여하기도 했다. 민주당의 확실한 지지 기반인 호남·제주에서부터 동진하겠다는 전략이다. 정 대표는 오는 22일에는 지방선거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부산을 찾을 계획으로 알려졌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역시 부산·경남(PK)과 대구·경북(TK) 등 보수 강세 지역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취임 후 첫 지방 행보로 지난 14~15일 부산에서 1박2일 일정을 소화하며 현장 최고위원회의, 청년 간담회, 가덕도신공항과 해양수산부 임시청사를 잇달아 찾았다. 앞서 9일에는 강원 강릉에서 가뭄 대응 간담회를 열고 성금을 전달하며 재난현장을 챙겼다. 이번 주말에는 대구에서 장외투쟁을 예고하면서 전통적 지지 기반인 보수 진영 결집에 집중하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정치권 대립이 극렬한 상황에서 여야가 내년 지방선거를 정조준한 민심 선점 전략을 펴는 것으로 평가된다. 조진만 덕성여대 교수는 “이 대통령은 지방선거를 의식해 영민하게 움직이고 있다”며 “민심을 듣고 소통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우면 야당이 공격할 지점을 잡기 어렵고, 각 지역구의 구체적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선우 전북대 교수는 “여권은 집권 1년 차 성적표를, 야권은 차기 총선까지 내다본 승부수를 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양당이 지지층 결집에만 매달리다 협치가 실종되는 악순환으로 빠질 위험이 크다”고 우려했다.
윤예솔 이동환 기자 pinetree2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