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에게 고가의 그림을 건네고 공천 등을 청탁했다는 의혹을 받는 김상민 전 검사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이 17일 열렸다. 김건희 특검은 그림의 구매 경로를 제시하고 김 전 검사 등의 증거인멸 가능성을 강조했다. 김 전 검사 측은 김 여사에게 그림을 전달한 적이 없고 김 여사의 오빠 김진우씨 부탁으로 중개만 해줬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박정호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청탁금지법과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김 전 검사에 대한 영장심사를 오후 2시30분부터 오후 5시35분까지 진행했다. 특검 측에선 검사 4명이 영장심사에 참석했다. 특검은 118쪽에 이르는 프레젠테이션(PPT)과 183쪽에 달하는 구속 의견서를 준비했다.
특검은 김 전 검사가 2023년 2월 초 이우환 화백의 그림을 1억4000만원에 구매하고 김 여사에게 전달해 청탁금지법을 위반했다고 본다. 특검은 김 여사가 이 그림을 받은 후 지난해 총선에서 김 전 검사의 공천을 지원하고, 공천 탈락 뒤엔 국정원에 자리를 만들어줬다고 주장했다. 김 전 검사는 지난해 총선 출마를 준비하면서 선거용 차량 리스 보증금 수천만원을 코인업자 지인에게서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도 받는다.
특검은 이날 영장심사에서 김 전 검사와 코인업자 지인 등이 말을 맞추는 등 증거 인멸 가능성을 거론하며 구속 필요성을 주장했다.
반면 김 전 검사 측은 친분이 있던 김씨를 위해 그림을 대신 사줬을 뿐이고, 그림이 김 여사에게 전달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총선 공천이나 국정원 인사의 경우 김 여사에게 ‘직무 관련성’이 없기 때문에 청탁금지법 위반 자체가 성립될 수 없다고도 주장했다.
김 전 검사 측은 정치자금법 위반에 대해서도 혐의를 부인했다. 대납받은 선거용 리스 차량 비용은 15일 만에 모두 갚았고 사실상 8만5000원의 기부금을 받은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김 전 검사 측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 한화갑 전 의원과 김민석 국무총리의 국회의원 시절 정치자금법 위반 판례를 제시했다. 한 전 의원과 김 총리가 과거 7억여원의 정치자금을 각각 수수하고 집행유예와 벌금 600만원을 각각 선고받은 판례를 설명하면서 이에 비해 김 전 검사의 범죄 중대성이 낮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전 검사는 최후 진술에서 “(전직) 공직자로서 죄송하다”고 말했다.
‘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 의혹’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김모 국토교통부 서기관은 이날 구속됐다. 남세진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도망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김 서기관은 영장심사에서 종점 변경 관련 용역업체들로부터 현금 3600만원을 수수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를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김씨가 독자적으로 노선 변경에 관여하긴 어렵다고 보는 만큼 국토부 윗선으로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신지호 박성영 기자 p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