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특검이 17일 통일교 관련 의혹의 정점인 한학자 통일교 총재에 대한 첫 피의자 조사를 진행했다. 특검은 3차례 불출석 후 자진 출두한 한 총재에 대해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을 내비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의 신병을 확보한 특검은 김 여사와 한 총재 간 일종의 거래 관계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할 방침이다.
특검팀은 50여쪽 분량의 질문지를 토대로 한 총재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 총재는 주치의와 간호사를 대동해 출석했다. 특검 사무실 건물 지하에는 구급차도 대기했다. 한 총재는 휠체어를 타지 않고 걸어서 특검에 출석했다. ‘권 의원에게 1억원을 전달했느냐’ 등의 기자들 질문에 답하지 않다가 ‘왜 일방적으로 출두 날짜를 정했느냐’는 질문에 “수술받고 아파서 그랬다”고 답했다.
특검팀은 한 총재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공범인 권 의원의 구속 여부를 지켜본 후 임의로 출석을 결정했다며 구속영장 청구도 시사했다. 김형근 특검보는 “향후 이 사건을 법에 정해진 원칙과 절차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 총재는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과 공모해 2022년 1월 권 의원에게 윤석열정부의 통일교 지원을 요청하며 정치자금 1억원을 전달한 혐의를 받는다. 같은 해 4~7월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김 여사에게 고가 목걸이와 샤넬백을 건네며 교단 현안을 청탁한 데 관여한 혐의도 있다. 윤 전 본부장은 특검 조사에서 “모두 한 총재의 승인이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앞서 재판에 넘긴 윤 전 본부장의 공소장에 통일교 측이 한 총재 뜻에 따라 국가가 운영돼야 한다는 ‘정교일치’ 이념을 실현하기 위해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에게 접근해 각종 현안을 청탁했다는 내용을 담았다. 반면 통일교 측은 청탁과 금품 제공 행위가 윤 전 본부장 개인의 일탈이며 한 총재와는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한 총재는 해외 원정 도박 수사 무마 의혹도 받는다. 통일교 측이 권 의원으로부터 경찰 수사 첩보를 입수해 수사 무마 로비를 벌인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한 총재는 2008~2011년 통일교 간부와 함께 미국 라스베이거스 카지노에서 600억원 상당의 도박을 했다는 혐의로 경찰 수사선상에 올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권 의원에 대한 추가 수사도 이어간다. 통일교 측의 불법 대선자금 수사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윤 전 대통령이 당선된 20대 대선 전 국민의힘에 통일교 측 자금이 제공됐다는 의혹이다. 특검은 통일교 측의 총 2억1000만원이 국민의힘 광역시도당 등에 흘러갔다고 의심한다.
채해병 특검은 이날 ‘도피성 주호주대사 임명’ 의혹과 관련해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다. 특검팀이 수사를 개시한 지 77일 만이다. 특검팀은 다음 주부터 그를 수사 외압 의혹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차민주 박재현 기자 lal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