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 재해 기업 금융 페널티… 대출 한도 축소·회수도 가능

입력 2025-09-18 00:22

앞으로 근로자 사망 등 중대 재해를 일으킨 기업은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 어려워질 전망이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일으킬 때 불이익을 받고 연기금 등 기관 투자자 자금을 유치하기도 까다로워진다.

금융위원회는 17일 이런 내용을 담은 ‘중대 재해 관련 금융 위험 관리 세부안’을 내놨다. 지난 15일 관계 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노동 안전 종합 대책’의 실질 조치안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7월 29일과 8월 12일 국무회의에서 산업 재해를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으로 규정하며 금융 당국에 “경제적 책임을 물을 방안을 만들라”고 주문했는데 그 이행안인 셈이다.

핵심은 대출 불이익이다. 은행권은 앞으로 각 기업의 중대 재해 이력을 신용 평가와 신용 등급 조정 요소로 직접 반영한다. 각 기업의 중대 재해 발생 기록을 고용노동부에서 직접 받는다. 지금은 기업의 내부 통제 시스템이나 노사 협력 수준 등을 신용 평가 요소로, ‘영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법적 사실’ 등을 신용 등급 조정 요소로 활용하는데 더 깐깐해지는 것이다. 경찰 등 수사가 시작되거나 법적 분쟁이 일어나면 대출 한도가 줄어들거나 회수된다.

부동산 PF 보증을 맡는 주택금융공사는 중대 재해를 낸 건설사를 평가할 때 점수를 더 많이 깎는다. 지금은 일률적으로 5점만 내리지만 앞으로는 10점 감점, 평가 등급 하향, 보증 제한 3단계의 페널티를 적용한다.

중대재해배상책임보험 등 각종 보험의 요금을 정할 때는 3년 내 사고가 일어났는지, 같은 사고가 반복해 발생하지는 않았는지 등을 따져 할증도 가능케 한다. 반대로 안전하다고 공인 인증을 받은 기업에는 보험료를 5~10% 깎아준다.

기업의 환경·사회·지배 구조(ESG) 평가에도 중대 재해 발생 여부가 반영된다. 또 기관 투자자가 주식을 보유한 기업의 윤리 경영을 유도하도록 하는 ‘스튜어드십 코드’를 고쳐 중대 재해 발생 여부를 따지게 한다. 상장사에는 중대 재해 관련 공시 의무를 부여한다. 중대 재해 발생 시 현황과 대응 조치 등을 노동부에 보고하고 즉시 공시해야 한다.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사건의 형사 법원 판결 결과도 당일 공시 대상이다.

금융위는 은행권 대출 심사 평가와 보험료 할인·할증 구조 개선, 상장사 공시 의무화 등은 연내에, 스튜어드십 코드 개정 등은 내년 상반기에 시행할 예정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중대 재해를 낸 기업에 대한 사법 조치가 강해지면 투자 수익률이 큰 폭으로 내려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