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출권력 우위 논란에… 문형배 “헌법 읽어보시라”

입력 2025-09-18 02:03
국민일보DB

문형배(사진)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17일 ‘선출 권력이 임명 권력보다 우위에 있다’는 취지의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으로 촉발된 논쟁에 대해 “헌법을 읽어보시라”고 말했다. 최근 여당이 주도하고 있는 사법개혁 움직임에는 “사법개혁의 역사에서 사법부가 논의에 참여하지 않은 적이 단 한번도 없다”며 사법부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문 전 대행은 이날 SBS 라디오 한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해 ‘선출 권력과 임명 권력 중 어느 게 우위냐 논쟁들이 나오고 있다’는 진행자 질문에 이같이 말하며 “헌법 조항에 근거해 주장을 펼치면 논의가 훨씬 더 생산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전 대행은 구체적인 조항은 밝히지 않았다. 법조계에서는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헌법 제103조)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헌법 제7조 1항) 조항 등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문 전 대행은 “재판은 독립돼 있어야 되고, 판결은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 된다”며 사법부에 대한 존중과 사법부 스스로의 신뢰 회복을 함께 주장했다. 그는 “사법부의 판결이 행정부와 입법부를 불편하게 할 수는 있지만 헌법상의 권한이기 때문에 그 자체는 존중해야 된다”고 말했다. 사법부에 대한 신뢰 저하 현상에 대해서는 불신의 원인이 제도 미비에 있다면 개선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진영을 가리지 않는 정치권의 사법부 압박에 대한 우려 역시 드러냈다. 그는 “이 대통령이 지난해 9월에 구속영장이 청구됐는데 기각되자 이른바 보수진영에서 그 판사를 엄청나게 공격했다”며 “그건 헌법에 어긋나는 일이다. 사법부 권한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 생각한다”고 밝혔다.

사법개혁의 성공 조건으로는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충분한 논의를 꼽았다. 문 전 대행은 “A정부에서 이런 방안을 했다가 B정부가 돼서 이를 다 허물고 또 다른 안을 세워 사법을 꾸려가는 나라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대법관 수 증원 방안에 대해서는 “저는 대화 주체가 아니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윤준식 기자 semip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