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두 번째 영국 국빈방문… 왕실은 ‘초특급 의전’ 환대

입력 2025-09-17 18:38 수정 2025-09-17 18:4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16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스탠스테드공항에 도착한 뒤 전용기에서 내려 왕립공군 장병들의 영접을 받고 있다. AP연합뉴스

영국 국빈방문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왕실 마차를 타고 기병대 호위를 받으며 윈저성에 행차하는 초특급 환대를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산업의 양대 축인 실리콘밸리와 월가 거물들을 대동해 58조원 규모의 투자를 영국에 선사했다.

AP통신에 따르면 트럼프와 부인 멜라니아 여사는 17일(현지시간) 버크셔주의 왕가 거주지인 윈저성에서 찰스 3세 국왕 일가와 오찬을 함께한 뒤 인근 세인트조지교회를 찾아 선왕인 엘리자베스 2세 여왕 무덤에 헌화했다. 전날부터 2박3일 일정으로 시작된 트럼프의 영국 국빈방문은 엘리자베스 2세의 초청을 받았던 2019년 집권 1기에 이어 두 번째로 성사됐다. 이번에는 찰스 3세가 트럼프를 초청했다. 영국 왕실은 전통적으로 미국 대통령을 두 번째 임기에는 국빈으로 초청하지 않았다. 트럼프는 영국을 두 차례 국빈방문한 최초의 미국 대통령이 됐다.

찰스 3세와 커밀라 왕비는 이날 오찬을 위해 윈저성 영지에 도착한 트럼프 부부를 맞이한 뒤 왕실 마차에 동승했다. 왕실 마차가 성으로 향하는 동안 찰스 3세와 트럼프는 기병대 호위를 받으며 의장대를 사열했다. 영국 인디펜던트는 “환영식에 육·해·공군 장병 1300명과 말 120마리가 동원됐다”고 전했다.

찰스 3세는 트럼프 부부가 전날 전용기편으로 런던 스탠스테드공항에 도착할 때도 왕실 의전으로 환대했다. 찰스 3세는 자신의 시종인 헨리 후드 자작을 대리인 자격으로 보내 영접했고, 왕실 깃발을 지키는 어기 비행대 소속 왕립공군 장병들을 활주로에 도열시켰다.

트럼프는 왕실의 환대에 화답하듯 ‘선물 보따리’를 풀었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의 이번 국빈방문에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샘 올트먼 오픈AI CEO가 동행했다”고 보도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과 팀 쿡 애플 CEO도 윈저성 국빈만찬에 초청됐다. 실리콘밸리 빅테크와 월가 거물들이 대거 트럼프와 함께 영국을 찾아간 것이다.

영국 과학혁신기술부는 성명에서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엔비디아, 오픈AI 등 미국의 기술기업들이 인공지능(AI) 인프라 구축과 양자컴퓨팅 개발 등에 총 310억 파운드(58조3770억원)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트럼프의 국빈방문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불거졌다. 윈저성 주변에선 트럼프를 규탄하는 시위가 벌어졌고 성벽에는 트럼프가 2023년 기소됐을 때 촬영한 머그샷,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과 함께 찍은 사진이 수분간 조명으로 투사됐다. 영국 경찰은 관련자 4명을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파키스탄계인 사디크 칸 런던시장은 일간 가디언 기고에서 “트럼프가 세계에 분열 정치를 부추겼다”며 “런던시민은 공포를 조장하려는 세력에 의해 분열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트럼프에게 보여줄 것”이라고 밝혔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