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한복판 지귀연… “재판 부적격” “재판 흔들기” 상반된 시각

입력 2025-09-18 00:05

내란특별재판부 설치 등 사법개혁의 촉매가 된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에 대한 더불어민주당의 공격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은 윤석열 전 대통령 등의 내란 사건 재판부인 형사25부 재판장을 맡고 있는 지 부장판사의 구속취소 결정, 재판 지연, 술자리 접대 의혹 등을 이유로 들면서 재판부 교체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내란특별재판부 법안에는 기존 내란 사건을 모두 이관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하지만 법원에서는 판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재판부 교체를 압박하는 것은 사법권 독립 침해라는 우려가 일고 있다. 또 의혹이 아직 사실로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법관 개인을 향한 과도한 공격은 지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 부장판사에 대한 불신의 시작점은 지난 3월 7일 윤 전 대통령의 구속취소 결정이다. 검사장 출신 박균택 민주당 의원은 전날 한 방송에서 “지 부장판사가 70년 만에 아무도 사용하지 않던 이상한 계산법을 동원해 윤석열을 풀어줘 불신을 샀다”고 말했다.

‘날(日)수’가 아닌 ‘시간’으로 구속기간을 따지는 지 부장판사의 계산 방식에는 갑론을박이 따랐지만 법조계에서는 해당 판단이 아니더라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권 문제로 구속이 취소됐을 것이란 판단이 우세하다. 고위 법관 출신의 한 변호사는 “핵심은 수사권에 있다고 봐야 한다”며 “만약 공수처에 내란죄 수사권이 없다고 최종 판단되면 공수처에서 한 구속도 당연히 문제가 되기 때문에 우선 불구속 상태로 재판하자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 부장판사가 ‘늑장 재판’을 하고 있다는 주장도 펴고 있다. 주 2~3회 진행됐던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건과 비교하면 재판 속도가 현저히 느리다는 것이다. 정청래 대표는 지난 5일 “지 부장판사는 윤석열 내란 재판을 ‘침대 축구’로 일관하고 있다. 윤석열은 구속기간 만료로 또 석방돼 감옥 밖으로 나와 출퇴근하며 재판을 받을지도 모를 일”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법원 안팎에서는 재판 지연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조지호 경찰청장 등 3건의 내란 사건을 매주 1회씩 하루 종일 진행 중이다. 오는 12월까지 기일도 모두 지정됐다. 법원은 내란 재판에 전력하도록 해당 재판부에 새 사건을 배당하지 않고 있다. 지 부장판사는 지난 9일 재판에서 “향후 세 재판을 병합해 심리를 종결하겠다. 12월 무렵에는 심리를 마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지 부장판사가 내년 2월 인사가 나기 전에 1심을 선고하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지 부장판사의 룸살롱 접대 의혹을 이유로 민주당은 비리 연루 혐의가 있는 판사가 정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게 맞느냐고 지적한다. 대법원 윤리감찰관실이 의혹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고 공수처 수사도 진행 중이다.

양한주 성윤수 윤준식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