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고무보트를 타고 제주에 들어 온 중국인 6명은 3개월간 치밀하게 밀입국을 준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이 타고 온 고무보트는 해경의 레이더망에 감지되지 못했고, 440㎞의 거리를 시속 24㎞로 운항해 17시간 만에 제주 해안에 도착한 것으로 확인됐다.
제주지방해양경찰청은 제주로 밀입국한 중국인 6명을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전원 구속했다고 17일 밝혔다.
제주해경에 따르면 30대 피의자 A씨는 지난 5월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밀입국할 사람을 모집한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해당 게시물을 본 피의자 5명이 순차적으로 연락을 취해오면서 총 6명이 밀입국을 준비했다.
모집책인 A씨는 본인을 제외한 나머지 피의자 5명으로부터 1인당 400만원씩을 갹출해 총 2000만원을 마련했다. 이중 1800만원으로 9월 6일 고무보트를 구입하고, 나머지 돈으로 연료와 식량을 샀다. 중국시간으로 7일 오후 12시19분 난퉁시 해안에서 출항해 한국시간 8일 오전 6시 제주시 한경면 용수리 해안에 도착했다. 이들은 도착 직후 택시를 이용해 제주 전역으로 흩어졌다.
보트를 발견한 해경은 육경과 공조를 통해 8일부터 11일까지 이들을 전원 검거했다.
피의자들은 모두 제주에서 5~7년가량 불법체류하며 감귤 선과장, 양식장 등에서 일한 경험이 있었다. 지난해부터 올해 사이 강제출국됐고, 합법적인 절차를 통해 재입국이 불가능해지자 밀입국을 시도했다. 이동과 은신을 도운 조력자들은 대부분 불법체류자인 것으로 확인됐다. 해경은 중국인 조력자 2명과 운반·알선책 2명도 출입국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단순 조력자는 출입국관리청으로 인계해 강제 추방되도록 할 방침이다.
서해를 건너는 과정에서 해경이나 군 등의 감시망에 포착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더구나 접안 지점에서 불과 2.4㎞ 떨어진 해안에 열영상감시장비(TOD)가 가동 중이었지만 고무보트의 움직임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제주 해안 전체에는 45대의 TOD가 24시간 가동 중이다. 이번 사건은 고무보트를 이용한 중국발 제주 밀입국의 첫 사례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