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사랑의교회(오정현 목사) 남측 타워에서 지하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엔 아래로 깊이가 얼마인지 안내돼 있다. 지상에서 30m 아래인 지하 5층에 도착하면 요새같이 고요한 공간 ‘사랑아트갤러리’를 만나게 된다. 195㎡ 넓이의 이 공간을 현재 43점의 미술 작품이 가득 채우고 있다. 지난 6일 시작된 사랑의교회미술인선교회(사미선) 정기전이다.
사미선을 대표하는 한정미 총무는 17일 “올해로 설립 25년 차인 사미선의 초창기 멤버로 저 역시 학부 시절부터 두 아이의 엄마가 된 현재까지 이 공동체 안에서 말씀과 기도로 성장했다”며 “그런 신앙고백을 각자의 언어로 표현한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고 설명했다.
23회를 맞은 이번 정기전 주제는 ‘꿈꾸는 자의 고백’이다. “그런즉 나를 이리로 보낸 이는 당신들이 아니요 하나님이시라…”는 창세기 45장 8절 구절처럼 작가들은 개인의 삶을 넘어 하나님의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을 표현한다. 43명의 작가가 각각 회화, 사진, 도예, 금속공예 등 다양한 장르로 표현한 작품들엔 삶 속에서 경험한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가 담겨 있다.
서자현 작가는 요한계시록에 등장하는 알파와 오메가, 곧 시작과 끝이신 하나님의 완전한 계획에서 영감을 받아 파란색과 빨간색의 격자무늬를 바탕에 깔고 그 위에 황금색 면류관 등을 덧그린 작품 ‘The Omega Code’를 선보였다. 서 작가는 “하나님의 계획이 단순히 미래의 종말에만 있는 게 아니라 지금 우리의 삶 속에서 진행되는 완성의 과정임을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노승우 작가는 부드러운 터치와 파스텔톤 색채로 고난을 겪으시는 예수님을 그린 ‘골고다의 언덕-자기 십자가를 멘 예수’를 그렸고, 김혜선 작가는 범고래가 바다에서 힘차게 뛰어오르는 모습을 통해 암울한 시대에서 미래를 향한 희망과 기도의 메시지를 담은 ‘비상’을 내놓았다.
70여명의 작가가 활동하는 사미선은 지난해 7월엔 일본 미술 선교 여행을 통해 전도가 어려운 지역에서 복음을 전했으며, 2018년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국제대학에 작품을 기증했다. 어르신과 MK(선교사 자녀)를 대상으로 한 미술교육도 진행한다.
사미선은 지난해부터 부활절과 성탄절에 맞춰 5~6인의 작가가 참여하는 기획전을 열어 한 작가의 여러 작품을 소개할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한 총무는 “문화를 통해 믿음을 계승하고, 세상에 복음을 전하는 통로가 되길 기도한다”고 말했다. 이번 정기전은 내달 1일까지 수요일과 토요일, 주일에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