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가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간 지 반년이 지났지만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한 채 대규모 점포 폐점을 강행하면서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노동자와 점주들이 거리로 나서 생존권을 호소하는 가운데 사태는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마땅한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은 데다 오프라인 유통업 위축 등 시장 환경 악화가 겹치면서 불확실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대주주 MBK파트너스는 투자금 회수를 위한 구조조정에만 몰두한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회생계획안 제출 기한을 두 차례 연기해 오는 11월 10일로 미뤘다. 당초 인가 전 인수·합병(M&A)을 통해 원매자를 찾으려 했으나 인수 의향자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비용 절감을 위해 영업 종료 시간을 오후 10시로 앞당겨 인건비와 전기료를 줄이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법은 아니다. 매출 부진으로 자금난이 악화하고 있고 임대료 조정 협상도 난항을 겪고 있다. 서울 잠실점 임대인과는 감액 비율을 두고 줄다리기 끝에 소송으로 번졌고, 일부 점포에서는 무빙워크 같은 시설 원상복구 여부까지 법정 다툼으로 이어졌다.
업계에선 홈플러스가 청산이나 분할매각 수순으로 향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임대료 협상이 결렬된 15개 점포는 연내 폐점이 확정됐고, 나머지 점포들도 추가 정리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노동자와 점주들은 “폐점이 현실화하면 노동자 수만명과 점주, 협력업체 생존권은 물론 지역경제 붕괴로 이어진다”며 반발하고 있다. ‘홈플러스 사태 해결 공동대책위’는 전날 서울 서초구 서울회생법원 앞에 집결해 “MBK가 기업회생을 명분으로 점포 폐점을 강행하며 먹튀를 노린다”고 주장했다.
입점업주들의 피해 호소도 이어졌다. 신나라 입점주협의회 부회장은 “회생 신청 발표 이후 매출이 반 토막 났고, 폐점 통보로 전 재산이 하루아침에 ‘0원’이 될 위기에 놓였다”며 “전국 수천명 점주들이 같은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정치권도 반응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홈플러스 사태 해결 태스크포스(TF)’를 출범하고 첫 회의를 열었다. 민주당 원내대표단은 오는 19일 홈플러스 본사를 방문해 임직원, 노조, 중소상공인과 간담회를 열고 MBK 측에 영업 정상화를 촉구할 계획이다. 앞서 마트산업노동조합은 전국 동시다발 총궐기를 열고 정부와 국회의 대응을 요청한 바 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11일 농성장을 찾아 홈플러스 M&A 추진을 지원하기 위한 범정부 TF 구성을 논의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노조는 무기한 노숙농성을 잠정 중단했지만, 정부의 답변이 없거나 약속 이행이 미흡할 경우 추석 이후 대규모 상경 투쟁에 나서겠다고 예고했다.
홈플러스 사태는 사모펀드의 무책임한 경영과 규제의 부재가 빚은 결과라는 비판을 낳고 있다. 강우철 마트노조 위원장은 “회생제도의 본질은 기업 재건과 고용 유지인데, MBK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며 “채권단 이익보다 국민의 삶과 사회적 책임을 우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