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커서도
주머니에 사슴벌레를 넣듯이
자랑할 수도, 넣어둘 수도 없는
시간들만 주워모았다
그날 가장 완벽한 솔방울과
차나무 밑 단단한 씨앗들과
매미가 든 매미 허물과
꿩의 더러운 꽁지깃을 쥐고
추억하고 싶었던 건
사람이었을까 바람이었을까
당신의 집 앞이 온통
상수리 천지인 것을 알고
지겨운 줄도 몰랐던 기다림이
동글동글 단단히 여물면
가장 먼저 버려야 할 것들과
가장 깊숙이 잘 넣어둘 것들은
왜 비슷한 모습이었을까
일주일간 매일 사 모은 복권이
일시에 쓰레기통에 들어가듯
그 일이 다음 주에도 반복되듯
당신에게 보이지 못한 시간들과
채 숨기지 못한 마음들 모두
소리보다 먼저 떨어지는
가로수들, 툭 툭
자리를 턴다
-류성훈 시집 '산 위의 미술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