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지자체 기부” 언론 홍보 극성… 이단 하나님의교회 경계령

입력 2025-09-18 03:01
지방자치단체는 이단인 하나님의교회 기부활동에 공식적으로 협조하거나 홍보 수단으로 이용되지 않도록 주의하겠다고 밝혔다. 왼쪽 사진은 종합일간지 1면에 게재된 하나님의교회 광고, 오른쪽 사진은 빅카인즈 분석 결과. 일간지, 빅카인즈 캡처

한국교회 주요 교단에서 이단으로 규정한 ‘하나님의교회 세계복음선교협회’(하나님의교회·총회장 김주철)가 명절을 전후해 주민센터 등에 물품을 기부하고 이를 홍보 수단으로 활용해 언론에 노출함으로써 지방자치단체의 공신력을 이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민신문고에 이 같은 민원이 접수되자 각 지자체는 “주의하겠다”는 답변을 잇달아 내놓은 것으로 확인됐다. 하나님의교회의 기부·봉사 활동이 중앙정부와 지자체 행정 차원에서 공식적인 경계 대상으로 언급된 것이다.

17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자체들은 최근 “특정 종교단체(하나님의교회) 측의 기부활동에 공식적으로 협조하거나 홍보 수단으로 이용되지 않도록 주의하겠다”는 입장을 일괄적으로 밝힌 것으로 파악됐다. 명절 기부활동을 둘러싼 공신력 악용 우려를 해소해 달라는 민원에 따른 조치다.

민원인 A씨는 앞서 국민신문고를 통해 “하나님의교회가 매년 추석과 설을 전후해 주민센터에 50만~100만원 상당의 물품을 기부하고 공무원 및 관계자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은 뒤 이를 언론에 대대적으로 홍보해왔다”며 “겉으로는 지역사회 선행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단체의 이미지를 관리하고 포교 활동으로 이어지는 전략”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뉴스 빅데이터 분석시스템 빅카인즈에 따르면 하나님의교회가 추석을 맞이해 지자체에 기부물품을 전달했다는 내용의 홍보기사가 지역 일간지 등에 잇따라 게재된 것으로 파악됐다.

심지어 이날 한 종합일간지 1면에는 하나님의교회 광고가 실리기도 했다. 이들은 광고에서 지역사회 봉사활동 등을 언급하며 “온 인류를 가족으로 품으시는 아버지 하나님과 어머니 하나님의 사랑을 나누며 지구촌 곳곳에 희망과 평화의 빛을 밝히겠다”고 했다. 이단 전문지 현대종교 등에 따르면 하나님의교회는 교주인 안상홍과 장길자를 각각 아버지와 어머니 하나님으로 믿고 있다.

A씨는 이날 국민일보에 “직접 각 지자체에 주의 메일을 보냈을 때는 대개 스팸으로 분류되거나 형식적 답변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며 “국민신문고를 활용하면 중앙정부에서 상황을 인지하고 전국 지자체로 동시에 이송되기 때문에 더욱 성의 있는 답변이 가능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국민신문고 민원은 법적 처리와 답변 의무가 수반된다. 정부 측은 해당 민원을 접수한 뒤 전국 지자체에 일괄 이송했다. 이에 따라 각 지자체는 동일한 문제 제기를 공유하게 됐고, 현행법상 하나님의교회 측의 기부·홍보 활동에 어떻게 대응할지 공식적으로 답변해야 했다.

충남 공주시청과 경북 문경시청 등은 공식 답변을 통해 “(하나님의교회 측의) 기부·봉사 활동이 홍보 수단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각 부서에 전파하도록 하겠다”며 “공무원과 기관장이 행사에 참석하거나 축사 및 홍보 협조를 하는 행위는 지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전남 구례군청도 “현재 관내에는 하나님의교회 관련 시설이나 단체가 운영되고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지만, 향후 비슷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관련 부서에서 신중히 대응할 수 있도록 경각심을 갖고 주의를 기울이겠다”며 “주민들께서도 올바른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예방적 안내가 이루어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이번 사례는 단순히 한 지역의 민원에 머물지 않고, 중앙정부와 전국 지자체가 동일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게 된 계기로 평가된다.

탁지원 현대종교 소장은 “이단·사이비 단체들의 기부활동은 보통 겉으로는 나눔과 봉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조직 결속과 포교를 위한 언론홍보 성격이 강하다”며 “소외계층은 명절에 외로움을 느끼는 만큼 이들의 지원에 쉽게 마음을 열 수 있고, 이는 곧 포교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탁 소장은 “관공서 입장에서는 이단 단체의 봉사 제안을 거절하기 쉽지 않다”면서 “지역 교회와 연합기관이 이단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지역사회를 위한 실질적 섬김에 나서면서 공신력이 이단 단체의 홍보에 이용되지 않도록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동규 기자 k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