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즈 서울에 참여하는 한국 갤러리가 첫해 12곳에서 올해 30곳으로 대폭 늘었다. 프리즈가 한국 갤러리 숫자를 50곳으로 늘릴 야심을 가질 거라는 전망도 있다.”(기자)
“참여 갤러리는 공개경쟁을 통해 선정위원회에서 정한다. 한국 갤러리 숫자가 늘었다면 그만큼 수준 높은 한국 갤러리들이 신청했기 때문일 거다. 그럼에도 한국 갤러리 숫자는 올해 정도가 적정한 것 아닌가. 여기에서 큰 변화가 있지는 않을 거라 일단 생각한다.”(프리즈 최고경영자 사이먼 폭스)
매년 9월 첫 주 서울을 ‘아시아 예술 허브’로 달구는 프리즈 서울과 키아프(한국국제아트페어의 영어 약칭)가 막을 내렸다. 이제는 차분하게 결산을 해야 할 때다. 지난 4일 코엑스 행사장에서 프리즈 본사 최고경영자(CEO) 사이먼 폭스가 기자간담회를 했을 때 내가 질문을 한 것은 프리즈 서울에 참여시킬 한국 갤러리 숫자에 ‘마지노선’이 있어야 한다고 판단해서다.
2003년 런던에서 출발한 프리즈는 무서운 속도로 성장한 글로벌 아트페어다. 프리즈는 1970년 바젤에서 시작한 바젤 아트페어와 함께 세계 양대 글로벌 페어가 됐다. 경쟁 상대인 3, 4위 파리 피악(바젤이 접수)과 뉴욕 아모리쇼(프리즈가 인수)를 사이좋게 접수했다.
프리즈는 한국의 키아프보다 1년 늦게 출발했음에도 서울을 포함해 세계 7개 도시에서 행사를 한다. 반면에 키아프는 말만 국제 아트페어지 20년 넘도록 토종 신세다. 그런 키아프를 운영하는 한국화랑협회가 프리즈 본사와 손잡고 프리즈 서울과 키아프를 공동 주최하는 것은 도약의 계기이기도 하지만 모험이기도 하다.
상생구조로 가려면 프리즈 서울에 참여하는 한국 갤러리 숫자가 ‘위험하지 않는’ 범위 내에 있어야 한다. 올해 10개 남짓 추가된 한국 갤러리는 기존의 메이저 외에 유망 신진작가를 소개하는 강소갤러리가 대부분이다. 전 세계 120개 갤러리가 참여하는 프리즈 서울이기에 30곳 한국 갤러리만으로도 한국 미술사에 자리매김한 원로뿐 아니라 유망 신진까지 한국 작가 작품에 대한 ‘원스톱 쇼핑’이 가능하다. 키아프로 갈 동인이 약해진 것이다. 그런데 그 숫자가 절반에 가까운 50곳으로 늘어난다고 생각해보라. 키아프의 존재 기반을 잃게 된다. 이 경우 프리즈 서울은 ‘미꾸라지’에 자극을 주는 ‘메기’가 아니라 이솝 우화 속 ‘은혜를 모르는 호랑이’가 될 수 있다.
폭스 CEO의 공언대로 프리즈 서울이 이후로도 한국 갤러리 숫자를 최대 전체의 4분의 1인 현 수준으로 가져간다고 했을 때 키아프의 전략은 어떠해야 할까.
나는 첫날 키아프에서 만난 영국 컬렉터에게서 힌트를 얻었다. 그는 한국 갤러리 부스에 나온 한 중견 작가 추상화를 유심히 보며 지인들에게 감탄하며 말했다. “이 붓질을 봐. 한국성이 느껴지지 않아!” 그러면서 내게 “한국 작가들을 만나고 싶은데, 키아프에는 많은 한국 작가의 작품이 한군데 모여 있어서 좋다”고 했다.
프리즈와 키아프 기간 서울은 그야말로 아시아 아트 허브가 된다. 중국 일본 태국 등 아시아는 물론 호주와 미국 유럽 등 가히 전 세계 미술관 관계자와 컬렉터가 한국을 찾는다.
그들이 한국에서 뭘 보고 싶겠나. 런던에, 뉴욕에, 홍콩에 없는 것이다. 그것은 한국 작가들이다. 그래서 프리즈 서울은 해외 작가들의 작품을 주로 보여주는 글로벌 페어, 키아프는 한국 작가들을 보여주는 한국 페어로 역할 분담을 하는 게 낫다는 미술계 관계자의 진단에 동의한다. 하지만 키아프는 한국 작가들을 ‘제대로’ 보여줘야 만다. 다시 말하면 대중적 감각이 아니라 미술사적 안목과 기획력을 갖고 미래 성장주를 보여주는 갤러리를 뽑아야 한다. 한국화랑협회에 어느 때보다 실력이 요구된다.
손영옥 미술전문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