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WEA 서울 총회가 회개 운동이 되기를

입력 2025-09-20 03:08 수정 2025-09-22 09:29
2015년 2월 온두라스에서 열린 세계복음주의연맹(WEA) 세계지도자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당시 회의에서는 120개국 지도자들이 모여 선교전략과 국제 현안을 논의했다. 국민일보DB

선교 140주년을 맞이하는 올해 세계복음주의연맹(World Evangelical Alliance·WEA) 서울총회가 열립니다. 세계 선교사에서 유례없이 성공한 한국교회의 성장 동력은 청교도 신앙입니다. 청교도 신앙은 말씀대로 믿고 실천하는 위대한 유산입니다. 1903년 원산부흥운동, 1907년 평양대부흥운동, 1909년 백만인구령운동, 1970년 부흥 운동은 하나님 말씀에 근거한 회개 운동이었습니다.

선교사들의 성경관은 미국 장로교회 구(舊) 학파의 성경관을 반영하는 것이었을 뿐 아니라 성경을 무오한 하나님의 말씀으로 믿었던 DL 무디, AT 피어선 등이 이끈 복음주의 부흥운동의 성경관이었습니다. 이들의 후예인 새뮤얼 마펫과 윌리엄 베어드 선교사들은 한국에 와서 교회 개척과 부흥을 위해 성경 중심의 부흥회를 개최했습니다. 초창기 한국교회 부흥 성장에는 4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첫째는 성경공부(사경회)와 새벽기도, 성수(聖守)주일의 청교도 신앙 방식입니다. 미국 북장로교 찰스 클라크(한국명 곽안련) 선교사는 승동교회 2대 담임목사와 평양신학교 실천신학 교수였습니다. 그는 저서 ‘한국교회와 네비우스 선교 정책’의 결론에서 ‘성경 강조 정책’이 네비우스 정책의 성공 핵심이라고 말했습니다.

사경회는 초기부터 한국교회 신앙을 복음주의적 교회로 만드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습니다. 사경회는 처음에는 성경 학습 제도로 네비우스 정책에서 유급 사역자와 지교회 지도자 교육을 위한 제도로 시작했으나 1892년을 기점으로 평신도를 위한 일반 사역자 교육으로 그 성격이 변모했고 이는 한국교회의 체질이 됐습니다.

둘째는 네비우스 선교(자전 자립 자치) 정책의 효력입니다. 곽안련 선교사의 증언에 의하면 한국교회 전도 사역이 네비우스 원리에 따라 실시됐고, 이 정책이 당시 중국과 남아시아 지역에도 실시됐으나 한국에서 유독 성과가 있었던 건 성경 강화 정책이 동력이 됐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셋째는 성경 중심 신앙이 체질화된 것이었습니다. 네비우스 정책이 한국에서 특별히 성공한 건 성경에 대한 강조 때문이었습니다. 교회 사역의 각 분야에서 성경을 보편적으로 사용한 건 자립과 자치, 자력 전도보다 훨씬 더 큰 성공의 비결이었다는 것입니다.

넷째는 성경 말씀을 상고하면서 회개하는 사경회였습니다. 말씀에 따라 회개한 한국교회에는 성령의 주권적인 사역이 있었습니다. 1903년 원산 등 강원도 일대에서 의료 선교를 담당했던 미국 남감리회 선교사 로버트 하디 목사에게서 시작된 성령의 역사는 1907년 평양 장대현교회에서 크게 점화됐고 이후 전국으로 퍼져 나갔습니다.

1907년 1월 2일부터 15일까지 평양 장대현교회에서 사경회를 열었고 성경 강해가 있었습니다. 저녁에는 전도 집회가 열렸습니다. 1월 14일 1500명이 모여 통성으로 기도하는 가운데 길선주 장로의 회개 기도를 시작으로 회중 전체에 성령의 강력한 역사가 임재했습니다. 이로 인해 죄 고백과 통회, 죄 용서, 새 삶으로 변화하는 역사가 나타났습니다. 1907년 평양대부흥운동의 여파는 1909년 백만인구령운동으로 이어졌습니다. 1907년 평양대부흥운동은 한국교회가 세계 선교 역사상 유례를 찾을 수 없을 만큼 놀라운 성장을 이루는 영적 토양이 됐습니다.

다음 달 열리는 ‘2025 WEA 서울총회’에서 세계 교회가 말씀으로 되돌아가 지구촌 기독교에 회개 운동이 일어나기 바랍니다. 하나님의 말씀이 좌우에 날 선 예리한 검으로써 혼과 영과 관절과 골수를 찔러 쪼개 참가자들 마음의 생각과 뜻을 판단하시기를 기도드립니다. 지난해 개최된 4차 로잔대회에 이어 세계 선교와 미전도종족 전도의 새로운 동력이 이 땅에서 풍성하게 일어나기를 소망합니다.

◇김영한 원장은 서울대 철학과 졸업 후 독일 하이델베르크대 대학원에서 신학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숭실대 교목실장과 숭실대 초대 기독교학 대학원 원장, 한국기독교문화연구소 소장, 한국복음주의신학회 회장, 한국해석학회 회장을 역임했습니다.

김영한 기독교학술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