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향해 쏴라’ 로버트 레드퍼드 별세

입력 2025-09-17 01:29
배우 로버트 레드퍼드가 2016년 11월 22일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일반 시민에게 주는 최고 영예인 ‘대통령 자유의 메달’을 받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 할리우드의 인기 배우이자 감독·제작자로 활동하며 독립영화 운동을 이끌었던 로버트 레드퍼드가 16일(현지시간) 별세했다. 향년 89세.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오전 레드퍼드가 유타주 자택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눈을 감았다고 보도했다. 홍보회사 로저스&코완 PMK의 최고경영자(CEO) 신디 버거는 “레드퍼드가 평온히 세상을 떠났다”고 전했다. 구체적인 사망 원인은 사생활 보호를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

레드퍼드는 당대 최고의 스타 배우로 활동하며 외모뿐만 아니라 연기력으로도 인정받았다. ‘내일을 향해 쏴라’ ‘아웃 오브 아프리카’ ‘스팅’ ‘업 클로즈 앤 퍼스널’ ‘흐르는 강물처럼’ 등의 영화에 출연했다. 서부 영화 걸작으로 꼽히는 ‘내일을 향해 쏴라’에서 그는 ‘선댄스 키드’ 역을 맡아 ‘부치 캐시디’ 역의 폴 뉴먼과 함께 명콤비로 인기를 끌었다.

40대가 된 후 감독으로 변신한 레드퍼드는 1980년 데뷔작 ‘보통 사람들’로 오스카 감독상을, 2002년 오스카 평생 공로상을 받았다. 감독으로서 레드퍼드는 대중성 높은 소재를 택하는 대신 인간 존재 의미와 사회적 부조리를 다뤄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NYT는 “레드퍼드는 할리우드식의 단순화된 영화 제작 관행을 싫어했고 작품에 문화적 무게가 담기길 원했다”고 전했다.

레드퍼드는 1981년 독립영화 보호와 육성을 위해 자신의 영화 배역 이름에서 따온 ‘선댄스 인스티튜트’를 설립했다. 세계 최대 규모 독립영화 축제로 꼽히는 선댄스 영화제는 신예 영화인들의 등용문으로 자리 잡았다. 그는 천연자원보호협회(NRDC) 이사로 활동하며 탄소 배출 규제안을 지지하는 등 환경보호 운동에도 힘썼다. 그는 지난 2018년 은퇴를 선언했고 같은 해 개봉한 ‘디 올드 맨 앤 더 건’에 출연했다.

레드퍼드는 2002년 오스카 수상 연설에서 “제가 받은 만큼 영화계에 되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 선댄스는 그 결실”이라며 “예술적 표현의 자유를 육성하고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NYT는 “레드퍼드는 늘 질문하고 밀어붙이는 사람이었다”고 그를 기렸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