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외면하는 아이들… ‘가해자 말렸다’ 고교생 10명 중 1명

입력 2025-09-17 00:04
국민일보DB

학교폭력을 목격했을 때 가해 학생을 막아서는 고교생은 10명 중 1명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가해 학생을 현장에서 말리는 비율은 초등학교에서 가장 많았고 중·고교로 올라갈수록 현저히 떨어졌다. 고교생은 학교폭력 연루 시 입시에서 불이익을 받기 때문이란 분석이 있지만 학교에서 이뤄지는 공동체 교육의 효과를 재점검해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는 16일 ‘2025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4월 14일부터 5월 13일까지 초등 4학년~고교 3학년 397만명을 대상으로 진행했고, 326만명(82.2%)이 참여했다.

학교폭력을 직접 목격했다는 응답은 6.1%(19만9400명)였다. 초등학생이 10.2%로 가장 높았고, 중학생 6.1%, 고교생 2.2% 순이었다. 학교폭력을 목격한 학생이 현장에서 ‘가해자를 말렸다’고 답한 비율은 17.3%였다. 이 역시 초등학생(20.7%), 중학생(14.5%), 고교생(11.1%) 순이었다.


학교폭력 현장에서 가해자를 말린다는 응답은 매년 줄어들고 있으며, 특히 고교생의 하락이 두드러진다. 2022년 조사에선 고교생의 14.8%가 가해 학생을 직접 제지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2023년 13%, 지난해 11.5%로 하락했다. 중학생도 2022년 19.2%에서 2023년 16.3%, 지난해 15.1%로 하락했다.

학교폭력을 목격해도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는 비율은 초등학생(26.7%)에 비해 중·고교생(35.3%)이 높았다. 고교생의 경우 2020년 32.2%에서 꾸준히 증가해 2022년 이후 35~36% 수준을 오가는 상황이다. 다만 ‘주변 어른에게 알렸다’는 응답은 늘고 있다. 고교생의 경우 2022년 14.7%, 2023년 15.6%, 지난해 16.8%, 올해 16.7%였다.

학교폭력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섞이기도 하고 중재하던 학생이 가해자로 몰리기도 한다. 가해자로 몰리면 입시에서 불이익을 당할 위험이 있다. 한 수도권 고교 교사는 “학생들이 불이익 위험을 감수하기보다 아예 외면하는 게 현명한 대처가 되고 있는데, 공교육이 사회 구성원을 올바로 가르치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학교 공동체 회복을 위한 정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학교폭력 피해를 경험해봤다는 응답은 지난해 조사보다 0.4% 포인트 상승한 2.5%였다. 초등학교 5.0%, 중학교 2.1%, 고등학교 0.7%였다. 피해 응답률 2.5%는 전수조사가 시작된 2013년 이후 최고치다. 2019년 1.6%에서 코로나19로 비대면 수업이 이뤄져 2020년에는 0.9%로 떨어졌다. 이후 매년 상승해 지난해 2%를 넘어섰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학교폭력 자체가 늘어난 게 아니라 민감도 상승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간담회 등을 해보면 공통적으로 학교폭력 사안에 대한 민감도를 지적한다”고 말했다.

이도경 교육전문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