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 국무총리가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한·미 관세 협상 과정에서 논의 중인 3500억 달러 규모 대미 투자 펀드와 관련해 “최종 협상이 진행되고 결론이 나는 시점에 국회 동의가 필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과거 동맹국이나 우방국들에 상당히 좋은 협력을 해오던 미국이 아니구나 하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김 총리는 16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3500억 달러 규모 대미 투자 펀드의 국회 비준 필요성을 묻는 말에 “일률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재정적 부담을 지는 사안이라면 국회 동의를 요청하고 과정을 밟아야 한다”고 답했다.
배준영 국민의힘 의원이 “3500억 달러를 (한국) 인구로 나누면 국민 1인당 940만원을 부담해야 하는 꼴”이라고 지적하자 김 총리는 “중요한 재정적 부담을 전 국민에게 지울 수 있는 문제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까지 아주 긴밀하고 끈기 있게 쉽사리 결론을 내지 않고 협상에 임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장관은 대미 관세 협상이 잘 진행되지 않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빠르게 타결이 안 되는 것은 미국 측이 제시하는 것을 현재로선 정부가 수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한·미 정상회담 결과를 문서화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그대로 문서화했다면 우리 경제에 상당히 큰 주름살이 될 수도 있는 걱정스러운 내용이 들어 있었다”며 “그때 합의해버리는 것보다는 국익을 위해 추가 협상을 계속해 나가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인영 민주당 의원은 조지아주 한국인 구금 사태와 관련해 “연행 과정에서 쇠사슬과 발목수갑이 등장했다. 명백한 가혹행위이고 반인권적 행태”라며 “당사자는 물론 한국인에게 미국 당국은 공개 사과해야 마땅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조 장관은 “미국이 과거와 달라졌다는 점을 실감한다”면서도 “오래 묵혀둔 비자 문제를 해결하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억류됐던 이들을 직접 또는 기업을 통해 접촉해 전수 조사할 계획”이라며 “(추방 및 불법체류) 기록이 남지 않도록 (미국과) 상호 합의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 압박도 이어갔다. 부승찬 의원은 김 총리에게 “조 대법원장이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결정 직후 특정 인사들과 만나 ‘이재명 사건은 대법원에서 알아서 처리한다’고 했다”며 이른바 ‘조 대법원장 대선 개입 의혹 제보’를 언급했다. 이에 김 총리는 “사실이라면 국민의 (사법부에 대한) 신뢰에 치명적 상처를 주는 것”이라고 답했다. 부 의원은 “대법원이 이재명 사건을 접수한 지 9일 만에 파기환송했고, 한덕수 전 총리는 그 소식을 듣자마자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며 조 대법원장 수사를 촉구했다. 이에 김 총리는 “사실이라면 굉장한 충격이기에 진위가 명확하게 밝혀지는 게 낫겠다”고 말했다.
성윤수 기자 tigri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