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5거래일 연속 최고치… ‘3저 호황’ 닮은 거시경제 상황

입력 2025-09-17 02:02
1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 코스피 종가가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1.24%(42.31포인트) 오른 3449.62에 장을 마감해 5거래일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반면 코스닥은 전날보다 0.10% 하락한 851.84를 기록했다. 연합뉴스

코스피가 5거래일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가운데 증권가에서는 현 거시경제 상황이 ‘3저(저유가·저달러·저금리) 호황’과 유사하다는 낙관론까지 나오고 있다. 1986~89년 나타난 ‘3저’는 당시 한국 경제에 유리하게 작용해 무역 흑자와 외환보유고 증가, 경제성장률 상승으로 이어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6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24% 상승한 3449.62에 거래를 마감했다. 역사적으로도 손에 꼽히는 강세장이다. 시장에서는 통상 저점에서 20% 이상 오르면 강세장이라고 부르는데, 코스피는 올해 들어 전날까지 41.5% 상승했다. 이는 코스피가 100포인트로 시작한 80년 이후 다섯 번째로 높은 연초 대비 상승률이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40년 만에 조성된 3저 환경이 증시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매우 드문 ‘3저’가 86년 이후 40년 만에 다시 나타나고 있고 이 환경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거시경제가 코스피 상승을 지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6~17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인하를 시작하면 금융시장은 본격적으로 저금리 환경에 접어들게 된다. 기준금리가 내려가면 은행 예·적금 금리와 채권 등 안전자산 수익률이 낮아진다. 투자자는 더 높은 수익률을 위해 자금을 증시로 이동하게 되고 이는 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

달러 가치가 낮아지는 ‘저달러’ 국면도 수급상으로 증시에 우호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달러 약세 시 외국인 투자자는 환차익을 기대할 수 있어 한국 주식 투자 매력이 높아진다. 연준의 가파른 금리 인하 속도가 저달러를 유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여기에 국제유가가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도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서는 호재다. ‘저유가’는 기업의 비용 부담이 줄고 물가도 안정돼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하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8월 단기 에너지 전망(STEO)’을 통해 현재 배럴당 60달러 선에서 거래 중인 국제유가가 올해 말 50달러, 내년에는 40달러대로 진입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코스피와 마찬가지로 글로벌 증시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이날 닛케이225평균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0.30% 오른 4만4902로 장을 마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장중에는 4만5000선을 돌파해 장중 기준으로도 최고치를 다시 썼다. 전날 뉴욕증시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나스닥이 각각 사상 최고치로 치솟았다.

다만 교착에 빠진 한·미 관세 협상은 시장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소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양쪽 다 양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한국 측 대표단이 어떻게 난국을 헤쳐 나갈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당장의 추격 매수는 자제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나온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16일 코스닥은 하락으로 전환했다. 이례적인 연속 상승과 쏠림 현상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