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 초유 법사위 野 간사 선임 부결… 선 넘는 추-나 대결

입력 2025-09-16 18:57 수정 2025-09-16 22:07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여야 위원들이 16일 국회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의 간사 선임 여부를 두고 설전을 벌이고 있다. 법사위는 나 의원의 간사 선임 안건을 표결에 부쳤지만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부결됐다. 이병주 기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16일 전체회의에서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의 야당 간사 선임 안건을 표결에 부쳐 부결했다. 더불어민주당이 호선 관례를 강력 반대하며 부결을 주도했고, 이 과정에서 여야 간 막말과 고성이 오갔다. 5선인 나 의원을 간사로 내세워 6선 추미애 법사위원장을 견제하려던 국민의힘의 계획은 수포가 됐다. 법사위에서 벌어진 이른바 ‘추·나 대결’이 국회 운영질서까지 흐트러뜨린 선 넘는 정치로 변질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추 위원장은 이날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법사위원 요청에 따라 나 의원에 대한 간사 선임의 건을 상정해 무기명 투표에 부쳤다. 국민의힘은 추 위원장 결정에 반발해 회의장을 빠져나가 투표에 불참했다. 범여권 법사위원만 남아 표결한 결과 총투표수 10표 중 반대 10표로 나 의원 간사 선임의 건은 부결됐다.

여야는 표결 전 의사진행 발언에서도 격돌했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남편이 법원장인데 아내가 법사위 간사를 한다고 해서 남편이 욕먹는다”고 지적했다. 이해충돌 사유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이에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은 2018년 부인과 사별한 박 의원에게 “사모님 뭐 하세요”라고 물었다가 비난을 받았다. 최혁진 무소속 의원은 나 의원 간사 선임을 반대하며 “이런 인간”이라는 표현까지 썼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16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 당시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찍힌 사진을 들어 보이고 있다(왼쪽). 국민의힘은 “박 의원이 망치를 들고 회의장 진입을 시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 당시 나 의원이 쇠지렛대를 들고 있는 사진을 제시하며 국민의힘을 비판했다. 이병주 기자, 뉴시스

민주당은 전날 검찰이 2019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충돌 사건과 관련해 나 의원에게 징역 2년을 구형한 상황에서 법사위 간사를 맡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또 12·3 계엄 사태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을 구치소에서 면회한 나 의원을 내란 옹호 세력으로 규정하며 문제 삼기도 했다. 박균택 민주당 의원은 “간사 선임에 반대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정리했더니 10가지가 넘는다”며 패스트트랙 사건과 초선 발언 등을 거론했다. 박 의원은 “절대 용납되지 않는 일은 윤석열 탄핵소추안 가결 때 표결에 참여하지 않고 윤석열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하기 위해 용산 관저를 드나들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의회 독재의 또 다른 역사를 썼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국회법상 상임위 간사 선임의 경우 각 교섭단체 추천을 존중해 별다른 절차 없이 호선으로 처리한 오랜 국회 운영 관례를 민주당이 의도적으로 무시했다는 것이다. 나 의원은 표결 직후 기자들과 만나 “간사 선임은 (각 당이) 추천하면 동의하는 요식행위로 끝나는 것”이라며 “한마디로 독재 끝판왕”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청래 법사위원장이 가더니 추 위원장이 한술 더 뜬다는 말도 있다”며 “정말 자괴감이 드는 하루”라고 말했다. 신동욱 국민의힘 의원도 “상임위장에서 간사 문제를 두고 기표소를 세우고 여당 의원끼리 투표해 야당 간사를 본인들 마음대로 부결시키는 장면이 과연 대한민국 헌정사에 단 한 번이라도 있었느냐”며 “한 편의 코미디 같은 일”이라고 지적했다.

김혜원 정우진 기자 ki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