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아기 습진·구토” 젖병세척기 피해 1000여명 공정위 신고

입력 2025-09-17 00:06

최근 논란이 된 영아 젖병세척기 부품 결함으로 피해를 본 소비자 1000여명이 해당 브랜드 제조사 2곳을 거짓 광고 등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피해자들은 향후 집단소송까지 예고하고 있어 논란이 확산될 전망이다.

공정위 서울사무소는 16일 젖병세척기 제조사 A사와 B사에 대한 표시광고법 위반 신고 건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피해자 1083명이 공정위에 제출한 신고서에 따르면 A사와 B사는 직접 설계한 제품이 아닌데도 자사 제품에 독자적인 기술력으로 만들었다는 문구로 홍보했다. 또한 기기 내부와 소재의 내열성, 유해성 등에 대해 공식 기관의 인증을 받지 않았는데도 열과 충격에 강한 검증된 플라스틱이라고 광고했다.

해당 젖병세척기는 중국에서 생산된 후 OEM(주문자상표부착) 방식으로 국내에서 판매됐다. 두 업체는 KC 인증(안전 인증) 정보에는 제조국을 중국으로 명시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구매할 때 참고하는 제품 상세 정보에는 자사 제품인 것처럼 광고한 사실도 신고 내용에 포함됐다.

앞서 젖병세척기 2종은 내부 플라스틱 부품 파손, 마모, 분진 등으로 인해 미세플라스틱이 영아의 몸속에 유입될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국소비자원과 국가기술표준원은 지난달 28일 해당 제품에 대해 전량 리콜 조치를 발표하면서 소비자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해당 제품 피해자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젖병세척기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하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18개월 아들을 키우는 이모(31)씨는 “젖병세척기 사용 이후 아이 등에 동전 모양 습진이 생기기 시작했다”며 “신생아가 쓰는 기계인데 너무나 속상하다”고 토로했다.

피해자들은 공정위 신고와 별개로 집단소송 등 법적 대응도 준비하고 있다. 피해자 대리인인 이교범 변호사는 “피해자들은 제품 사용 후 공통적으로 아기에게 습진, 구토, 두드러기 등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호소한다”고 말했다.

공정위 안팎에서는 2020년 플라스틱 아기욕조에서 기준치의 600배가 넘는 환경호르몬이 검출돼 논란이 된 사건과 유사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공정위 조사 결과 욕조 제조사는 KC 인증 마크를 부착해 안전한 제품이라고 거짓 광고했지만 실제 품질이 다른 상품을 판매한 사실이 드러났다. 해당 제품은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저가로 인기를 끌었으나 국가기관 검사 결과 문제 성분이 적발돼 리콜 조치와 대규모 환불이 이뤄졌다. 공정위는 욕조 제조사 2곳을 표시광고법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국민일보는 제조사들의 공식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했지만 닿지 않았다. 다만 두 업체는 공식 사이트를 통해 사과문을 공개했다. A사는 대표 이름으로 낸 사과문을 통해 “판매된 일부 젖병세척기 내부 부품의 파손을 확인했다”며 “아이를 위한 제품에서 문제가 발생했다는 사실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B사도 “제품 하단 선반 일부에서 공정상 이상 발생을 확인했다”며 “이번 일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깊이 사과드린다”고 전했다.

유경진 기자 yk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