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스페인에서 개최한 고위급 무역 협상에서 중국 동영상 플랫폼 틱톡의 처분 방안을 큰 틀에서 합의했다. 지지부진하던 협상에서 돌파구가 마련된 만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중앙TV(CCTV)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15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중국과의 협상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틱톡 관련 프레임워크에 합의했다며 “프레임워크는 틱톡을 미국 통제하의 소유로 바꾸는 것”이라고 밝혔다. 베선트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9일 통화하며 이를 최종 확정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소셜미디어를 통해 무역 협상이 “매우 잘됐다”며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정말로 구해내고 싶어 했던 특정 기업(틱톡)에 대해서도 합의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리청강 중국 상무부 국제무역협상 대표 겸 부부장은 기자회견에서 미국과 틱톡을 포함한 경제·무역 문제에 대해 “솔직하고 심도 있으며 건설적인 소통을 진행했다. 협력을 통해 기본적 합의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왕징타오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 부주임은 “틱톡에 대한 양국의 합의는 양측 이익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틱톡은 미국에서 인기가 많지만 모회사가 중국 바이트댄스여서 개인정보 탈취나 해킹 등으로 미국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미국은 지난해 4월 바이트댄스가 미국 내 사업권을 미국 기업에 매각하지 않으면 국내 서비스를 금지하는 ‘틱톡 금지법’을 제정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용자들의 반발을 우려해 법 시행을 유예하고 중국 측과 협상해 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성사시키기 위해 매각에 동의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당국자를 인용해 중국과 틱톡 합의가 없었다면 다음 달 말 한국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을 만나거나 중국을 방문하는 방안이 철회됐을 것이라고 전했다.
WSJ는 틱톡 지분을 인수할 가능성이 가장 큰 기업으로 오라클을 꼽았다. 오라클은 틱톡에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훌륭한 회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 협상에선 관세 문제도 논의됐지만 입장 차를 완전히 좁히지는 못했다. 양국은 지난 5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첫 협상을 해 관세율을 115% 포인트씩 90일간 낮추기로 합의하고 이를 한 차례 연장했다. 이번 관세 유예는 오는 11월 10일 끝나지만 미국 측은 재연장 가능성을 시사했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기자들에게 “대화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진행되고 미국이 희토류를 이전보다 훨씬 더 잘 받으면 추가 행동(연장)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베이징=송세영 특파원 sysoh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