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대출·주담대만 증가… 대출도 있는 자가 더 빌린다

입력 2025-09-17 00:14

지난달 대기업대출과 주택담보대출이 상대적으로 큰 폭으로 증가했다. 반면 중소기업대출과 자영업자대출, 신용대출 등은 증가 폭이 낮아지거나 감소했다. 대출 시장에서 여력이 되는 차주가 돈을 더 빌리는 양극화가 심화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 등 예금은행 19곳의 지난달 대출 잔액은 2523조1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 증가했다. 전월에 비해선 총 12조5000억원 증가했는데 기업대출이 8조4000억원, 가계대출이 4조1000억원 늘었다. 기업대출 중에선 대기업대출이 3조8000억원 증가했다. 전년과 비교할 때 증가율은 6.5%로 가계대출 포함 모든 세부 항목 중 가장 많이 늘었다.

반면 중소기업대출은 전월 대비 3조8000억원 증가했다. 전년 대비 증가율은 3.9%로 2018년 말 이후 처음으로 4%를 밑돌았다. 그나마도 생산적인 분야라고 보기 힘든 부동산업(25.9%)이 증가세를 이끌었다. 자영업자대출은 전월 대비 7000억원 증가했다. 전년 대비 증가율은 0.5%로 6개월째 1% 미만으로 저조하다.

대기업대출이 크게 증가한 건 6·27 대출 규제와 9·7 대책 등 금융 당국이 최근 가계대출을 강하게 죈 여파로 풀이된다. 은행권이 가계대출 대신 기업대출 영업에 열중한 결과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내수의 최일선에 있는 자영업자의 대출 수요가 적다”면서 “요즘 경기가 나쁘다는 것이 체감될 정도”라고 말했다.

가계대출에서도 비슷한 모습이 보인다. 전월 대비 증가분 4억1000만원 중 대부분을 주담대(3조9000억원)가 차지했다. 전년에 비해선 4.5% 증가했다. 반면 신용대출 등은 전월 대비 3000억원 늘었는데, 전년과 비교하면 0.6% 줄었다. 개인 고객 중에서는 집 살 정도의 여력이 있는 이들의 대출이 늘어난 반면 다른 대출은 수요가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신용대출은 줄었지만 신용 점수가 낮은 중저신용자 대상 사잇돌대출은 급증해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핀테크 기업 핀다가 지난달 중개한 사잇돌대출은 전월 대비 20% 가까이 증가해 약정액 기준 올해 최대치를 기록했다.

정책이 은행권 대출 양극화를 부채질한다는 의견도 있다. 지난 7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 규제 시행으로 소득이 적은 차주는 돈을 빌리기 더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 당국이 가계대출 축소 일변도의 정책을 내놓으면 은행 입장에서는 선택과 집중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