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뒤바뀐 가격 경쟁력… 車 대미 수출 ‘급브레이크’

입력 2025-09-16 19:02 수정 2025-09-16 19:03
경기도 평택항에서 수출 대기 중인 자동차. 연합뉴스

트럼프 행정부의 ‘폭탄 관세’로 지난달 대미 자동차 수출이 15% 줄며 6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전체 자동차 수출은 8.6% 늘었지만 한국의 최대 수출 시장인 미국에서 나 홀로 감소세가 이어진 것이다. 미국이 16일부터 일본산 자동차 관세율을 27.5%에서 15%로 낮추며 최대 수출 경쟁국인 일본과의 관세 격차도 현실이 됐다. 그간 미국 시장 점유율 유지를 위해 관세 부담을 스스로 떠안았던 국내 완성차 기업의 대미 실적 전망은 더욱 어두워졌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이날 발표한 ‘8월 자동차산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대미 자동차 수출액은 20억97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15.2% 급감했다. 지난 3월(-10.8%)부터 4월(-19.6%), 5월(-27.1%), 6월(-16%), 7월(-4.6%)에 이어 지난달까지 6개월 연속 내림세다.

미국 시장의 부진 속에 지난달 자동차 수출, 내수 판매, 생산이 모두 늘어난 ‘트리플 증가’는 빛이 바랬다. 8월 전체 자동차 수출액은 55억 달러로 전년 대비 8.6% 늘었다. 유럽연합(EU·54%)을 비롯해 영국 등 기타 유럽(73.2%), 아시아(9.3%) 등에서 친환경차와 전기차를 중심으로 수출이 증가한 영향이다. 산업부는 “북미를 제외한 모든 지역 수출이 전년보다 늘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자동차 내수 판매와 국내 생산도 각각 8.3%, 7.1% 증가했다.

미국의 고율 관세로 한국의 전체 자동차 수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년 전 48.9%에서 지난달 38.2%로 10% 포인트가량 쪼그라들었다. ‘트럼프 관세’ 이전까지 전체 자동차 수출 시장의 절반을 미국이 차지했는데, 이제는 그 위상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현대차·기아 등이 관세 부담을 피해 현지 생산을 늘리고 기존 재고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대응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미 관세 후속 논의가 답보 상태에 머물며 대미 자동차 수출 전망은 먹구름이 짙어졌다. 앞서 양국이 합의한 자동차 관세 15% 인하가 지연될 경우 현대차·기아가 부담해야 할 3분기 비용은 2조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지난 2분기에도 현대차는 8282억원, 기아는 7860억원의 영업이익 감소를 겪었다.

한·일 관세 격차로 미국 시장에서 일본 차와의 출혈 경쟁도 불가피해졌다. 현재 현대차 쏘나타의 미국 판매 가격은 2만6900달러, 같은 급인 일본 토요타 캠리는 2만8400달러 수준이다. 양국 관세 차이를 반영하면 쏘나타는 3만3600달러, 캠리는 3만2600달러로 가격이 역전돼 쏘나타가 1000달러(약 138만원) 더 비싸진다. 현지 생산 물량을 급격히 늘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일본 차 대비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국내 기업이 관세 부담을 더 짊어져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이런 상황 등을 고려해 미국과 합의점을 모색한다는 입장이다.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날 워싱턴DC에 도착해 “최대한 빨리 (자동차 관세 15% 적용)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