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친일파 39명 서훈 유지… 후손도 혜택

입력 2025-09-16 19:01 수정 2025-09-16 19:03
보훈부 청사 앞 '영웅을 기억하는 나라' 표지판. 국가보훈부 제공

이재명 대통령의 친일파 재산 환수 지시에도 정부가 친일반민족행위자 39명에게 수여한 훈·포장이 여전히 유지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중 일부는 국립묘지에 안장되는 등 혈세를 투입한 혜택을 누리는 상태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정부 부처로부터 취합한 친일반민족행위자 서훈 현황에 따르면 여태까지 친일반민족행위자 44명이 총 78건의 훈·포장을 받았으며 39명은 여전히 서훈을 유지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서훈을 담당하는 행정안전부는 2016년 각 부처에 39명에 대한 훈·포장 취소 검토를 요청했으나 9년째 감감무소식이다.

외교부와 국방부 등은 친일반민족행위자의 공적과 친일 행위를 구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공적이 명확하다면 친일 행위만으로 훈·포장 취소가 불가하다는 것이다. 상훈법은 공적이 거짓일 경우 서훈을 취소할 수 있지만 공적이 사실이라면 친일을 했더라도 서훈을 취소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앞서 서훈이 취소된 이종욱 등 친일반민족행위자 5명은 거짓 공적으로 훈·포장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었다.

행안부는 “친일반민족행위자 서훈 수여자 중 39명은 문화·예술, 전쟁 시 공적 같은 독립 유공 이외의 공적으로 서훈을 받았다”며 “상훈법상 서훈 취소 사유인 거짓 공적에 해당하지 않아 서훈이 취소되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이들에게는 여전히 혈세가 투입된 혜택이 주어지고 있다. 무공훈장 또는 보국훈장을 받은 사람은 국가유공자 선정 대상자가 된다. 만약 국가유공자로 인정된다면 보훈병원 치료비 인하, 대학 학습 보조비 지급, 본인과 자녀의 취업 가점, 일반직 공무원 특별 채용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 국립묘지 안장도 가능하다. 김백일 백낙준 송석하 신응균 등은 국립현충원 국립 유공자 묘역에 안장됐거나 수훈자로 분류돼 있다.

이 의원은 “친일반민족행위자가 훈·포장을 유지하고 혜택을 누리는 것은 정부가 그들의 친일을 용인한다는 의미”라며 “대통령이 친일파 재산 환수를 지시한 만큼 서훈 등 혜택도 되돌려야 한다”고 말했다.

박준상 기자 junwit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