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16일 “권한 또는 권력을 가지면 자기 것인 줄 착각하는 경우가 있다”며 “선거를 통해서든 임명을 통해서든 얻은 권력의 원천은 언제나 국민”이라고 말했다. 조희대 대법원장 거취나 내란전담(특별)재판부 구성 문제를 놓고 정치권 논란이 확산하자 민심 우선 원칙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정부 출범 후 처음 정부세종청사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권력은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것도 아니고, 태어날 때 타고난 것도 아니다”며 이같이 말했다. 또 “내가 시험을 봤든, 선거를 통해 표를 얻었든 그건 잠시 (권력을) 위탁받은 것이고 대리하는 것”이라며 “이 사실을 잊고 자기가 마치 권력을 가진 특별한 존재인 것처럼 착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착각에 빠지지 않게 노력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그러면서 “우리가 행사하는 모든 권한, 모든 업무는 나를 위해서, 주변을 위해서가 아니라 오로지 주권자인 국민을 향해 있어야 한다”며 “힘세고 돈 많이 갖고 지위가 높다고 더 크고, 힘없고 가진 것 없고 소외돼 있다고 작은 게 아니다. 국민은 누구나 존귀하고 똑같은 대등한 주권자”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도 “대한민국이 사법 국가가 되고 있다. 정치가 사법에 종속됐다”며 “가장 최종적으로, 강력하게 존중돼야 할 것은 바로 국민 주권 의지”라고 말했었다.
이 대통령은 발언의 배경을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다. 그러나 ‘임명을 통해 얻은 권력’이나 ‘시험을 봤든’ 표현의 당사자가 사법부를 지칭한다는 해석이다. 여당이 추진하는 내란전담재판부 구성 등에 대해 사법권 독립 명분을 내세워 반대 목소리를 낸 법원이 12·3 비상계엄 사태 규명을 바라는 국민 요구를 우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대통령실은 공식적으로 여권의 조 대법원장 사퇴 요구에 거리를 두며 진화에 나섰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기자들을 만나 “대통령실은 대법원장의 거취를 논의한 바 없으며, 앞으로 논의할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전날 강유정 대변인의 “(조 대법원장 사퇴) 요구가 나오는 개연성과 이유에 대해선 돌이켜봐야 할 필요가 있지 않느냐는 점에 원칙적으로 공감한다”는 발언에 대해서도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일련의 판결 및 재판 진행 상황에 대한 국민 우려를 잘 알고 있으며, 이에 따른 사법개혁 필요성에 대해서는 대통령실도 동의하고 있다(는 것)”라고 부연했다.
이동환 윤예솔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