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한 이재명정부의 노동안전 종합대책에 건설업계가 초긴장 상태다. 정부는 산업재해 반복 기업은 등록을 말소하겠다는 등의 ‘채찍’과 적정 공사비·기간 확보를 지원하겠다는 ‘당근’을 동시에 내놨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건설 현장에선 이번 정부 대책을 ‘즉각적 채찍과 모호한 당근’으로 평가한다. 제재는 법 개정을 통해 신속히 이뤄질 수 있지만, 적정 공기·공사비 확보는 사회적 합의에 도달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거다. 정부는 전날 발표한 노동안전 종합대책에서 연간 3명 이상 사망 사고가 발생한 기업에 최대 영업이익 5% 과징금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3년간 영업정지 2회 처분 후 영업정시 사유 추가 발생 시 건설업 등록말소, 외국인 노동자 사망사고 발생 시 3년간 외국인 고용 제한 등의 초강력 제재도 포함했다. 이와 함께 건설업계가 요구해온 적정 공기·공사비 확보를 지원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건설 안전사고와 관련해 줄곧 제기됐던 문제다. 그동안 건설현장에선 짧은 공기와 적은 공사비에 떠밀려 안전을 소홀히 한 채 무리한 공사를 진행하다 산재가 발생하는 일이 잦았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발표는 상당히 강력하지만 적정 공기와 공사비를 함께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제재가 너무 강력해서 업계로선 당혹스럽다”면서도 “적정 공기와 공사비 같은 당근도 함께 나와서 그 부분은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정부가 제시한 ‘당근’이 실제 현장에 적용되기까진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 연구위원은 “페널티(처벌)는 입법으로 빠르게 적용할 수 있지만 현장의 실행 역량 확보는 시간이 더 걸린다”며 “적정 공기·공사비 사안이 사회적으로 합의되기까진 논란이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적정한 공사비와 공기에 대한 생각이 입장마다 다르다”며 “특히 민간분야 재건축·재개발은 공사비와 공기가 조합원 분담금 규모와 맞물려 있어 이를 어떻게 할지 현재로선 모호하다”고 말했다.
제재안이 건설업계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또 다른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업 기피 현상으로 인해 한국인 노동자는 찾기 힘들고, 특히 힘쓰는 젊은 노동자는 더더욱 어렵다”며 “외국인 고용을 막는다는 건 문 닫으라는 얘기”라고 했다. 이어 “산재 예방 취지는 공감하지만 실무적인 측면에선 다듬어야 할 부분이 많다”고 강조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