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벌 순직’ 은폐 의혹, 해경서장·파출소장·당직팀장 대기발령

입력 2025-09-16 18:44 수정 2025-09-16 18:45
연합뉴스TV 캡처

갯벌에 고립된 노인을 구조하다 해양경찰관 이재석 경사가 순직한 사고와 관련해 각종 논란과 의혹에 휩싸인 관할 해경서장 등이 결국 직무에서 배제됐다.

해양경찰청은 16일 이광진 인천해경서장을 대기발령하고 중부지방해양경찰청에서 근무토록 조치했다고 밝혔다. 또 영흥파출소 소장과 사고 당시 당직 팀장도 대기발령 조치했다.

이 경사 순직 사고와 관련해 각종 의혹이 이어지고 있다. 문대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입수한 영흥파출소 근무일지에는 지난 10일 야간 시간에 파출소 근무자 6명이 3명씩 조를 이뤄 3시간씩 휴게시간을 부여받은 것으로 기재돼 허위 논란이 일고 있다. 전날 기자회견에 나선 이 경사의 동료들은 지난 10일 오후 9시부터 다음 날 오전 3시까지 6시간 휴게를 지시받았다고 주장한 데 이어 이 경사 휴게시간에 대해서는 10일 오후 8시부터 다음 날 오전 2시까지였다고 설명해 근무일지와 대조를 보였다.

이를 두고 해경 내부에서는 영흥파출소가 ‘8시간당 휴게 1시간을 줄 수 있고 야간 3시간 이내 사용 가능하다’는 훈령 위반을 감추기 위해 휴게시간과 근무조를 허위 기재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중부해경청은 현재 사고 원인 등을 조사하기 위한 진상조사단 활동을 중단한 상태다. 이재명 대통령이 전날 “사건의 진상을 해경이 아닌 외부에 독립적으로 맡겨 엄정히 조사해야 한다”고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중국 정부는 이 경사 순직에 애도의 뜻을 밝혔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최근 이재석 한국 해경이 중국 공민을 구하다 순직했다”면서 “삼가 그의 안타까운 사망을 애도하고 그의 가족에게 진심어린 위로를 전하며 자신을 희생해 남을 구한 이재석 선생의 정신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린 대변인은 “지난 6월 중국 장자제에서 운전기사 샤오보씨가 생명을 희생해 한국 승객 10여명의 안전을 지켰고 양국 매체에 긍정적 반향이 있었다”며 “중·한 간에 이런 감동적 이야기가 많이 있고 이 모두가 양국 인민 간 우호 감정을 증명하고 심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인천=김민 기자, 베이징=송세영 특파원 ki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