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내내 부진에 시달리던 엄상백(한화 이글스)이 9월 들어 반등세를 보인다. 이달 초 1군에 복귀한 이후 다섯 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며 마운드에 안정감을 더하고 있다.
엄상백은 16일 경기 전까지 2025 KBO리그 9월 치른 5경기에서 총 6이닝을 소화하며 단 한 점도 내주지 않았다. 전날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전에선 1⅔이닝 동안 삼진 2개를 곁들이며 시즌 첫 홀드를 수확했다.
이날 경기는 선발로 처음 출전한 루키 정우주가 3회를 채우지 못하고 마운드에서 내려가며 ‘불펜 데이’로 펼쳐졌다. 엄상백은 팀의 다섯 번째 투수로 등판해 멀티 이닝을 소화했다. 그를 불펜으로 전환한 김경문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엄상백은 올 시즌을 앞두고 한화와 4년 총액 78억원에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맺었다. 선발진 보강을 노렸던 구단의 바람이 반영된 선택이었다. 그가 지난해(13승)와 2022년(11승)처럼 두 자릿수 승수를 올리며 선발진의 한 축을 맡아주길 기대했다.
엄상백은 좀처럼 제 몫을 다하지 못했다. 전반기 15경기에서 1승에 그치는 동안 6패를 떠안으며 평균자책점은 6.33까지 치솟았다. 5월엔 2군으로 내려가 재정비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불펜으로 자리를 옮긴 후반기에도 초반 4경기에서 평균자책점이 18.47(6⅓이닝 13실점)에 달했다. 결국 지난달 초 다시 한번 1군에서 말소되는 아픔을 겪었다.
확장 엔트리로 지난 2일 1군에 복귀한 그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직구 구위가 되살아나며 자신감을 얻은 모습이다. 전날 키움전 최고 구속은 시속 151㎞에 달했다. 14일에 이어 이틀 연속 마운드에 오르며 연투 능력도 보여줬다.
엄상백의 부활은 팀 분위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화는 이달 들어 7승 2패를 기록하며 7년 만에 가을야구 진출을 확정 지었다. 포스트시즌 무대에서 엄상백의 역할도 주목된다. 4선발 체제로 운영되는 가을야구에서 선발 투수가 일찍이 무너질 경우 롱릴리프 임무를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정우주, 한승혁, 박상원 등과 함께 강속구를 앞세운 필승조로 활용될 수도 있다.
한화의 선두 경쟁은 아직 진행 중이다. 전날 승리로 선두 LG 트윈스를 3경기 차로 따라붙었다. 오는 26∼28일 대전에서 펼쳐지는 LG와의 정규시즌 마지막 3연전이 두 팀 간의 순위를 가를 마지막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최원준 기자 1jun@kmib.co.kr